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연평도 어민들의 포격 휴우증은 아직까지 가시지 않고 있다.
21일 오전 6시30께 연평도 당섬선착장. 출항을 준비하는 10여척의 어선들이 짙은 어둠속에서 노란 백열등으로 불을 밝힌 채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풍랑주의보로 인해 3일 만에 출항하는 배로 향하는 어민들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았다. 최근 꽃게 어획량이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출항을 위해 당섬선착장에 정박한 배로 향하는 김영민(40)씨는 "10월 이후부터 좀처럼 꽃게가 잡히고 있지 않다"며 "바다 속 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바다가 오염된 탓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민들은 지난해 포격 이후, 회수하지 못해 바다로 가라앉은 어망들로 인해 바다 오염이 심해졌고, 이것이 꽃게 어획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격 이후 수개월간 철거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어망은 대부분이 터져 바다로 가라앉았고 어망을 잇는 역할을 하는 어구도 일부 유실됐다는 것이 어민들의 설명이었다.
어민들의 우려대로 올해 꽃게 어획량은 예년보다 수백t 가량 줄어들었다.
옹진수협 연평출장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평어장에서 잡은 꽃게 중 수협에 위탁판매된 양은 210t으로 지난해 상반기 541t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9년의 655t과 비교하면 3분의 1이 채 안됐다.
올해 하반기(9월~11월17일)어획량은 1천899t으로 지난해 하반기 전체 어획량인 1천882t보다는 많은 양의 꽃게가 잡혔으나, 2009년의 2천312t보다는 수백톤 가량 적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업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이달 말께부터 어망과 어구 등을 철거하며 올해 조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미 철망을 시작한 어민들도 있었다.
연평도어민회 이진구 부회장은 "올해 9월에는 예년만큼 꽃게가 잡히긴 했지만, 10월 이후와 올해 상반기의 어획량은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년 넘게 연평도 앞바다에서 조업을 했지만, 올해같은 경우는 처음이다"며 "예전과 달리 올해는 연평어장 남쪽 일부 해역에서 꽃게가 잡힐 뿐, 다른 지역에서는 꽃게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어민들은 이러한 저조한 어획량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민들은 바다 정화사업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진학 선장은 "앞으로 연평어장의 꽃게잡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바다정화사업이 꼭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곳에서 잡히는 꽃게의 양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 바다에 어느 정도의 어망·어구가 버려진지는 조사되지 않았다.
옹진군 관계자는 "어민들의 주장과 실제가 다를 순 있다"면서 "어구는 634틀을 지난해 철거했지만, 이것이 전체 어구 중 몇%에 해당하는지는 알 수 없다. 어망의 경우는 얼마나 철거했는지 조사되지 않았다"고 했다.
연평도/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