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그림책 작가 이억배씨가 신간 '개구쟁이 ㄱㄴㄷ'(사계절출판사, 1만원)을 펴냈다. 이번 책은 언제나 말썽, 언제나 장난, 언제나 미소로 가득한 개구쟁이 아이의 일상 속에서 만나는 ㄱㄴㄷ 이야기다. 하루하루의 평범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ㄱ부터 ㅎ까지의 한글 닿소리 14자가 들어 있다. 도깨비 등의 한국 토속적인 내용과 그림체, ㄱ부터 ㅎ까지가 페이지마다 꼬박꼬박 예쁘게 들어가 있는 이야기를 통해 글자의 모양과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 및 글읽는 재미를 알려주고 있다.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 책을 보더라도 웃음을 머금게 하는 작가 이억배(사진)씨를 만났다.

각종 문화콘텐츠가 해외에 수출돼 한류붐을 일으키고 있는 요즘, 이억배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 한류를 이끌고 있다.

마치 한편의 민화를 보는 듯한 그의 그림은 한국 전통문화를 재밌고 알기 쉽게 표현하며, 그림을 오려내 집에 액자로 걸어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매력을 갖고 있다.

작가의 그림책은 특히 일본, 유럽 등지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실제 인터뷰 당일에도 그를 알아본 해외에서 온 관계자들이 앞다퉈 인사를 청하기도 했다.

그는 경기도와 인연이 많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이자 경기도가 배출한 대표 예술인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용인에서 태어나(1960년생) 수원에서 초중고교(유신고 졸업) 유년시절을 보내며 여러 추억을 쌓았고, 이는 작가로 활동하며 소재가 되고 또 모티브가 돼 창작활동에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홍익대 조소과 졸업후 시민미술학교, 만평 작업 등 사회참여적인 미술활동을 하다 1993년경 그림책 작가로 본격 활동을 시작한 그는 "당시만 해도 이 분야에 대한 인식이 높지않아 첫 그림책을 출간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회고한다.

그의 첫 단행본 그림책은 1995년작인 '솔이의 추석이야기'다. 이 작품은 출간된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한 스테디셀러로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출판사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힘들었다고 말한다. 작품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배경이다. 그는 "이 작품은 수원의 매교동과 인계동의 거리풍경과 역전, 터미널 등을 취재해 이뤄진 작품으로 1980년대의 수원이 모델이 됐다"고 한다.

이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면, 그림책 '솔이의 추석이야기'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비무장지대에 봄이오면'을 쓰고 그렸으며,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손 큰 할머니의 만두만들기' '도구의 발견'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그림을 맡았다.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그림으로 '97 BIB(브라티슬라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에 선정됐고, '손 큰 할머니 만두만들기'는 98년 어린이문화대상 미술부문상을 수상, '이야기주머니 이야기'는 지난해 IBBY 어너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중·일 그림책 작가 8명과 평화그림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05년부터 진행된 것으로 한·중·일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평화를 주제로 진행하고 있다.

국내 독자와의 소통도 강화하고 나선 그는 지난 9월 파주에서 열린 북소리콘서트에서 독자와의 만남의 장을 갖기도 했다. 현재는 고은 시인과 프로젝트를 진행, 조만간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으로 벌써부터 많은 독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한때 그런 적이 있다. 그림책 하면 아이들이 보는 책으로 여겨져 아동책으로 분류되던 때. 그러나 이제 그림책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즐겨보며 정서적으로 쉼을 갖고, 교감하고 여유를 얻을 수 있는 책으로 발전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이억배 작가의 활약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윤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