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비가 흩뿌리는 흐린 날씨에 바람마저 거셌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지 1년을 맞은 23일 연평도 주민과 학생, 군 장병 400여명이 '연평도 포격 1주기 추모 및 화합행사'를 위해 연평도종합운동장에 모였다. 이들이 포격으로 입은 상처와 아픔은 모두 달랐지만, 다시는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았다. 이날 주민들은 포격현장과 대피소 등을 걸으며 포격으로 숨진 해병대원과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한편, 앞으로 연평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 북한의 연평도 포격 1주기인 23일 오전 연평면 한마음 걷기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연평도 초등학교 담장 위에 주민과 군인들의 평화염원 글과 그림을 담아 올려 놓은 돌멩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임순석기자
○…연평초등학교 5학년 한원규군은 '평화의 선율'을 제목으로 참석자들 앞에서 웅변. 전국 자유수호웅변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던 한군은 "포격 당일 엄마를 부둥켜안고, 차가운 대피소에서 긴 밤을 지새웠다"고 당시를 회상. 한군은 이어 "연평도의 평화를 꿈꾸면서 남과 북이 총부리만 겨누고 있지 말고, 서로 만나 화해의 길을 가야 된다"고 역설.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는 박이 터지면서 '연평면 한마음 건강걷기대회'가 시작되자, 다른 주민들과 달리 유모차를 끌며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노인들이 눈길. 이들은 모두 다리와 허리 등이 안 좋아 유모차에 의지해 한걸음 한걸음씩 옮기며 걷기대회에 참가. 황순득(77·여)씨는 "허리와 다리가 안 좋아 유모차가 없으면 걷는 것이 힘들다"면서 "아직 연평도는 포격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고, 이번 행사에서 주민들이 화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몸은 안 좋지만 유모차를 끌고 주민들과 함께 걷기대회에 나섰다"고 참가 이유를 설명.
○…납북자가족모임 등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고 연평도 평화추모공원에서 북한을 규탄. 이들은 성명서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었고,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포기한 채 피란을 떠나야 했다"며 "연평도 포격은 명백한 도발행위이며, 북한이 정식으로 대한민국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것과 같은 행위"라고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