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평도 포격 1년을 맞아 23일 찾아간 연평초등학교와 연평중·고등학교의 대피소는 '희망대피소'로 이름을 바꿔 달고 있었다. 단순히 피신을 위한 공간이 아닌, 학생들이 꿈을 키워갈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차가운 시멘트벽에, 바닥엔 플라스틱 판이 전부였던 대피소는 밝고 화사한 모습으로 학생들을 맞이했다.
벽면은 밝은 색깔의 벽지를 이용해 화사하게 꾸며졌고, 학생들과 주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책과 책상·방석 등이 마련돼 있었다. 또한 보드게임과 TV, 간단한 놀이기구들이 비치돼 있어 학생들이 놀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바뀌어 있었다.
대피소에 들어선 학생들은 탄성을 질렀다. "우와!", "너무 좋다", "대박" 등의 감탄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대피소안을 뛰어다니며 신기한듯 대피소 곳곳을 둘러봤다.
서유민(연평초3)양은 "작년에 대피소에 왔을 때, 대피소는 어둡고 칙칙한 느낌이었다"며 "이번에 바뀐 대피소는 포근하고 아늑한 기분이 들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책이랑 놀 수 있는 것들이 있어서, 대피해 있을 때도 덜 무섭고,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연평중·고등학교의 대피소는 '북카페'로 변신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곳 연평중·고등학교의 대피소에 1천500권의 책과 40만건의 전자책을 기증했다. 대피소는 밝은 톤으로 꾸며져, 학생들이 책을 읽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기존의 어두웠던 조명은 환하게 바뀌어 있었다.
벽면에는 학생들이 읽을만한 소설·동화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또 테이블 등이 마련돼 학생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학생들은 밝은 모습으로 책을 꺼내보기도 하고, 바뀐 대피소를 신기한듯 바라봤다.
주원준(연평초4)군은 "이렇게 바뀔 줄은 몰랐는데 너무 신기하고 좋다"며 "무엇보다 책이 많이 있고,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 집 안방에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대피하는 목적이 아니더라고, 책을 보거나 쉬기 위해서도 자주 찾아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평도/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