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임시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 세입자들이 임시주택 철거를 앞두고 살 집을 마련하지 못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임시주택에 살고 있는 이승태(가명·58)씨는 24일 옹진군청에서 보낸 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에는 12월7일까지 집을 비워야 하고, 21일 안에 철거가 이뤄질 것이라고 적혀있었다.
연평도에서 태어난 이씨는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2년전부터 세들어 살고 있었다. 집 주인의 평생 살아도 된다는 말만 믿고, 집을 단장했다. 새출발하는 마음으로 새 가구도 들여놨다. 하지만 포격 1년이 지난 현재, 이씨는 당장 살 곳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그는 "올해 봄에 집주인으로부터 갑자기 나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집을 구하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아직까지 못구하고 있다"며 "집 구할 때까지만이라도 살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 추운 겨울을 어디서 나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김진환(가명·50)씨는 15년 전에 연평도에 터를 잡았다. 허름한 창고를 빌려 집으로 꾸민 뒤, 매달 30만원의 월세를 내면서 생활했다.
김씨가 살던 곳도 포격으로 반파됐고, 복구공사를 거의 마쳤다. 하지만 김씨는 공사를 마친 곳으로 들어가 살 수 없다. 김씨는 "건물 주인이 '그곳을 빌려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며 "가격을 올려달라는 것이면 이해를 하겠는데, 무조건 살면 안된다고 하니 너무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지를 뻔히 아는데, 무조건 나가야 된다고만 말하니까 화가 나기도 한다"면서 "이게 다 '집 없는 설움'이다"고 했다.
현재 연평도 임시주택에 살고 있는 세입자는 모두 5가구로, 이들 모두 아직까지 살집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옹진군 관계자는 "입주할 때, 준공이 되면 나가는 것으로 협약서를 썼다"며 "시간이 충분히 있었던 만큼 집을 마련하는 것은 본인들이 해야할 일이고, 군에서 집을 구하는 것까지 도와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임시주택을 건설했던 재해구호협회는 다음달 이들 임시주택을 반출할 계획이지만, 세입자들에게 매각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재해구호협회 관계자는 "아직 결정되진 않았다"면서도 "세입자들이 살 곳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최소한의 재료비로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다음달초에 연평도에 들어가 주민들과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