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구 오류동 정서진 선착장에서 행정선 '정서진호'를 타고 도착한 세어도.
면적 40만8천㎡, 26가구 36명이 거주하는 작은 섬 세어도에는 지난 2008년 서구가 추진했던 어촌체험마을 사업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종합안내소는 빛바랜 방명록만 비치돼 있고, 단체관광객이 민박으로 사용했다는 마을회관은 텅 비어 있었다.
세어도 활성화를 위해 한 유람선사와 추진했던 어촌체험마을은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사가 사업을 포기하면서 중단됐다. 2008년 3천380명에 달하던 방문객은 2009년 980명으로 줄더니 2010년에는 600명으로 줄었다.
서구는 정서진 사업을 계기로 세어도를 다시 살리기 위해 2.7㎞ 코스의 둘레길을 조성하고 섬마을해설사를 양성중이다. 인천발전연구원이 수행하고 있는 관광 활성화 연구 결과가 나오면 향후 개발 방향을 정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세어도에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길 바라면서도 관광지 개발로 인해 세어도 본래의 모습이 훼손되지 않길 원하고 있었다.
주민 장혜숙(54·여)씨는 "세어도에 관광객이 오더라도 놀고 먹고 쓰레기 버리고 가기 보단, 풀 한포기 꽃 한송이 꺾어가지 않을 그런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세어도를 소비지향적인 인공관광지가 아닌 자연 그대로를 살린 '착한관광지'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관광객 강모(68·서구 검암동)씨는 "섬 자체는 좋았는데, 구청에서 만들어놓은 데크와 길이 무너진 것을 보니 안타까웠다"며 "인공시설보다는 야생꽃같은 것을 많이 심어 '꽃섬'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는 '오리엔티어링' 같은 프로그램이 바로 '착한관광'의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오리엔티어링이란 특정 지역의 상세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목표지점을 찾아다니는 레포츠로, 면적이 넓지 않고 갯벌과 둘레길이 어우러진 세어도는 오리엔티어링 장소로 제격이다.
이날 세어도를 찾은 인천바로알기종주단 이동열 단장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 섬이 유명해지더라도 주민들이 괴롭다고 느끼면 소용없는 일이다"며 "섬 곳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볼 수 있는 오리엔티어링 같은 지속가능한 여행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 관계자는 "정서진이 주변 인프라가 미약하다보니 정서진 사업과 세어도 관광은 분리할 수 없는 관계"라며 "서두르지 않고 인발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작은 부분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