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영 (농촌진흥청 농촌환경자원과장)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수명은 80.5세를 기록했다. 의학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평균수명이 높아지면서 '인생 70 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는 이미 옛 말이 됐다. 온 국민의 평균수명이 100세에 진입하는 시대, 그 때 우리 삶은 어떻게 변화될까? 우선, 60세 정년퇴직이 무의미해지고, 노후의 삶을 가꾸기 위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싶다.

이에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제2의 직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귀농이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의 64%가 귀농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역시 도시 청년들의 귀농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경쟁구도의 사회에 회의를 느낀 청년들이 흙이 있는 시골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전원생활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이 갈수록 많아짐에 따라 일본 정부는 귀농 희망자들을 상대로 안내 활동을 하고, 전국 단위 농민조직은 귀농 지망자에게 적절한 지역을 소개하거나 멘토 역할을 할 농업인을 맺어주기도 한다. 이렇듯 농업·농촌의 가능성을 내다봤을 때, 귀농은 노후 대비뿐 아니라 향후 전망 역시 밝다.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향후 20년간 가장 선망받는 직업은 농부가 될 것"이라며 농업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농촌진흥청 역시 '작지만 강한 농업(强小農)'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경쟁국에 비해 작은 경영규모지만 고객가치 창출 및 고객 확보의 혁신역량을 갖추고 경영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농업경영체를 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농업경영체 성공사례를 분석했더니 그 상당수는 도시에서 귀농한 사람들이었다. 이렇듯 다양한 직업경험과 삶의 철학을 농업에 살려 능력을 발휘한 결과, 일반 직장인은 꿈도 꾸지 못하는 억대 소득으로 키워낸 농가가 1만여 농가에 달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생계형 귀농이 아닌 참살이를 위한 정주형 귀농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해 최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농촌에 정착하는 현상은 농촌지역사회의 활력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귀농인이 되고자 한다면 좀 더 신중하고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서울역에서 '농촌에서 꿈을 찾는 100시간 학습 프로젝트' 야간 엘리트 귀농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15주간에 걸쳐 특용작물, 과수, 채소, 가공창업의 4개 전공별 전문기술교육과 현장체험, 건강, 재테크, 교양, 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엘리트 귀농대학을 졸업한 도시민들은 희망하는 귀농지역에 정착하면서 필요한 농업기술을 가까운 농촌기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성공적인 귀농의 비결은 그 마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웃과 소통하며 배우고 헌신하는 자세로 관계를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애정과 믿음이라는 서로를 향한 마음이 지역주민이 귀농인에 대한 불안감과 경계심을 풀 수 있는 열쇠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한 발걸음이 많아지는 요즘, 작지만 강한 귀농인으로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희망의 종착역이 농촌·농업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