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건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관장)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은 1994년 개관 이래 서기관(4급 공무원)이 관장을 역임하던 관행에서 탈피해 금년 초 민간 전문 경영인을 관장으로 영입하는 '개방형 관장제'를 도입하여 변화를 모색하였다.

민선 관장 취임 이후 공연기획팀 개설, '공연 PD제' 운영, 지역 은행·아파트 부녀회 등과 협약 체결 및 '컬처라운지' 오픈으로 관객 편의시설을 개선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이루었으나,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소 형태로 운영되는 예술회관의 태생적 한계를 넘어설 수 없는 바,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최근 법인화를 하나의 방안으로 하는 예술회관의 조직적 쇄신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내부적 갈등을 겪고 있다.

그리고 내부적 갈등의 가장 큰 축인 인천시립예술단 노조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노조에서 우려하는 시립예술단의 법인화는 없다는 것을 명확히 밝혀두고, 예술회관의 조직적 쇄신은 공연장 운영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밝히고자 한다.

국·공립 공연장의 법인화는 1988년 예술의 전당이 국내 최초의 민간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재단법인 체제로 출범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전까지의 공연장 운영은 주기적인 보직 이동과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 조직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기에 노하우의 축적과 전문성의 확보가 어려웠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법인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예술의 자율성과 전문성 제고 및 재정 자립도를 높이고자 하는 취지가 있었으며 이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후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하여 경기도 문화의 전당, 성남아트센터, 고양, 의정부, 안산, 부평아트센터 등 수도권 중심의 모든 공연장으로 확산되었으며, 국립극장마저도 관주도에서 탈피하여 전문 CEO에 의한 책임운영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소 형태로 공연장을 운영하는 곳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뿐이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관장으로 1년간 근무하면서 느낀 회관의 문제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1~2년마다 보직 이동을 하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전문성 확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깊은 애정을 가지고 일할 수 없다는 점. 둘째, 관의 경직된 예산 집행 등으로 협찬, 후원, 광고수입 등 민간과의 메세나(mecenat, 문화예술 등 공익사업에 민간기업이 참여하고 지원하는 행위)적 참여를 유도할 수가 없다는 점. 셋째, 티켓을 열심히 팔아 객석점유율을 높여도 시로 일괄 세입 조치됨으로써 근무자의 성취욕이 없다는 점. 넷째, 이에 따라 공연물의 마케팅이나 홍보가 공격적이지 못하고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 다섯째, 공연 기획의 전문 인력이 없으므로 타 공연장에 비해 공연의 질적인 경쟁력이 약하고 공연장의 서비스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변화의 수용자인 조직구성원 모두가 직시하고, 소통과 믿음을 바탕으로 한 쇄신의 노력이 수반될 때, 수도권 공연장 중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가장 낙후된 공연장이라는 오명으로부터 탈피하여 280만 시민이 거주하고 세계인이 주목하는 경제자유구역을 꾸려가는 글로벌 인천의 대표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며,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문화예술의 요람으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