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40)씨는 최근 광주광역시에 아파트 한 채를 샀다. 1억2천만원 짜리 32평형 아파트다.
김씨는 6일 "집값의 절반 이상을 대출받아 샀지만 큰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몇 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면 갚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박모(40)씨는 아직도 집을 장만하지 못했다. 집 얘기만 나오면 한숨부터 나온다.
박씨는 "나도 사고 싶다. 그런데 집값이 어지간히 비싸야지…. 은행에서 대출받아 전세금 올려주기 바쁘다"고 하소연했다.
김씨와 박씨의 대조되는 모습은 통계를 봐도 잘 나타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주택대출) 추이 통계가 그것이다.
수도권 주택대출 증가액은 2009년 22조8천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나서 지난해 15조1천억원, 올해 1∼3분기 10조3천억원으로 줄었다.
비수도권은 2009년 4조6천억원에서 지난해 9조4천억원, 올해 1∼3분기 10조3천억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증가액은 수도권과 맞먹었다.
쪼그라드는 수도권 주택대출과 늘어만 가는 비수도권 대출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수도권 집값이 지지부진한 탓에 매력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의 주택 매매가격 자료를 보면 2008년까지는 수도권 집값 상승률이 지방을 훨씬 앞섰다. 그러나 2009년에는 수도권 상승률(1.2%)이 지방 5대 광역시(2.0%)에 뒤처졌다.
이후 수도권은 지난해 -1.7%, 올해 1∼11월 0.6%로 약세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5대 광역시는 지난해 6.4% 오르더니 올해는 14.6%로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2008년까지 지방 집값이 철저하게 소외됐다면 2009년부터는 수도권 집값이 오히려 소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너무 비싼 수도권의 집값과 대출 여력 약화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서울 강북의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4억1천만원이고 강남은 무려 6억5천만원에 달한다. 경기지역은 2억9천만원이다.
지방 아파트 가격은 평균 1억4천만원으로 수도권의 절반도 안된다.
그러나 수도권 거주자의 부채는 무려 7천336만원에 달해 비수도권 거주자(3천241만원)의 두 배를 훨씬 넘는다. 이미 빚을 낼 만큼 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수도권 거주자의 소득이 비수도권보다 그리 높지 않은데 집값은 너무 비싸다 보니 대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지방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데다 대출 여력이 커 수요가 몰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거주자 주택대출 여력 소진 징후
2009년부터 대출 감소… 지방은 급증 `대조'
입력 2011-12-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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