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은 학교, 뒷마당은 43번 국도 차단벽에 막혀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집.
40년된 김광선씨의 집은 천장에서 물이 새고, 장마엔 고가도로 근처 토사가 밀려와 파묻히기 일쑤입니다.
[김광선 (구리시 사노동)]
"집 뒤쪽으로 길이나는 바람에 그 토사가 다 집으로 흘러들어와 살수가 없어요."
집주인 김씨의 딱한 사정은 선친인 고 김계임씨의 선행에서 비롯됐습니다.
42년전 선친은 아이들이 2시간여를 걸어 등교하는 것이 안타까워 생업 터전인 배밭 5천여 제곱미터를 교육청에 기부했습니다.
선친의 뜻대로 학교가 들어서고 이후 도로가 뚫리면서 김씨의 집은 고립돼 버렸습니다.
김씨는 열악한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관계기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린벨트라 가옥의 신·개축이 불가하고, 이미 도로공사가 끝난 상황에서 별도의 토지 수용은 안 된다는 원칙만 고수할 뿐입니다.
김씨의 딱한 사정을 접한 지역교육청이 도울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성준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 수용관제담당]
"앞으로도 그 부지를 매입해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검토해서..."
아버지가 기부한 땅에서 천 이백명여명을 졸업시킨 내양초등학교.
오늘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고립된 땅에서 남루한 삶을 이어가는 아들 김씨의 한숨은 깊어만 갑니다.
경인일보 권순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