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는 맞벌이 부부이지만 부인이 아기를 가져 1년간 회사를 쉬게 됐다. 저축액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소득이 절반가량 줄게 된 셈이다.

   김씨는 "생활과 육아에 3천만원 정도 필요한데 모아둔 돈이 없어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받을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김씨와 같은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011년 3분기 은행과 제2금융권을 더한 전체 가계대출에서 주택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 잔액은 245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기타대출은 마이너스통장 대출, 신용대출, 예ㆍ적금담보대출, 동산대출 등 생활비나 학자금 마련을 위한 생계형이 대부분이다.

   생계형 대출은 1년 전보다 20조원(9.1%) 이상 늘었다. 통상 연말 송년회 등으로 지출이 많은 4분기에는 다른 분기보다 증가 폭이 커진다. 연간 잔액은 25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생계형 대출이 급등한 것은 고물가 탓에 쓸 돈은 많아졌으나 장기 불황 탓에 소득은 그만큼 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분석을 보면 2011년 3분기에 가계의 명목 소득은 6%대로 늘면서 8분기째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소득은 1.6% 증가하는데 그쳤다.

   적자가구 비율은 28.2%로 작년 3분기보다 1.3%포인트 악화하면서 2005년 3분기 28.3% 이후 가장 높았다.

   여기에 마이너스통장 대출이나 소액대출, 예ㆍ적금담보대출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높아지는 추세여서 이자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지난 9월부터 8%를 넘어섰다. 2008년 12월 이후 거의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10월 중 500만원 미만 소액대출 금리는 연 7.02%로 2009년 11월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내년 경제성장률 둔화로 고용사정이 올해보다 악화할 것으로 보여 가계가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원리금 상환 불능사태가 무더기로 발생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은은 내년 취업자 수가 28만명 늘어나 올해 40만명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부채상환능력은 낮으면서 이자만 내는 `부채상환능력 취약대출'의 21.2%가 만기가 도래해 가계가 그야말로 빚 폭탄을 안게 될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규복 연구위원은 "전ㆍ월세 가격 상승으로 가계의 지출은 많이 늘었으나 소득 증가율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가계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 내년에는 경기가 좀 더 안 좋아져 가계의 빚 부담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부동산 구입 등을 목적으로 한 주택대출은 기존에 보유한 부동산을 판 금액을 다시 예치해 자산이 늘었지만, 최근에는 자산은 거의 그대로인데 부채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부채의 상당 부분이 생활비나 자영업 운영자금에 쓰이는 것으로 추정돼 향후 경기가 둔화하면 가계가 빚을 갚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