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통 시가(詩歌) 중에 '하이쿠(俳句)'라는 게 있다. 근대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심지어 영어 등으로 만들어져, '하이쿠의 세계화'란 말까지 낳고 있다.

13일 오후 2시 인천시립박물관에서는 '인천시민 인문학강좌' 2011년 하반기 마지막 시간으로, 임경화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가 나와 이 '하이쿠'에 대해 이야기했다. 임 교수는 '한 줄도 너무 긴 하이쿠, 예술과 혁명을 만나다'란 주제의 강의에서 '박물관에 갇힌 전통'이 아니라 현 시대, 나의 문제를 투영할 수 있는 전통예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줬다.

임 교수는 일본의 전통 단형 시가인 하이쿠가 일본인들에게 어떻게 향유돼 오늘날과 같이 '일본적인 것'의 상징으로 여겨져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본의 '고전'이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 통해 '하이쿠=일본 고전'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날 강의는 하이쿠가 일본정신의 진수로서 예술적인 가치가 일본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퍼지고, 식민지 조선에서까지 향수층이 생겨난 현상과 위로부터 형성된 하이쿠의 가치를 역으로 재해석해 무산계급의 비판적 혁명정신을 담은 시도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하이쿠는 일본 근세에 발전한 문예인 하이카이(俳諧)에서 파생됐다. 근대 문예로서 개인의 창작성을 중시해 하이쿠를 성립시킨 것은 메이지 시대의 마사오카 시키(1867~1902)였다. 시키는 하이쿠 근대화를 위한 문학운동을 전개하였는데, 이때 첫구가 하이쿠로 자립하게 되었다.

임경화 교수는 "하이쿠가 현대에서도 널리 퍼질 수 있는 강한 생명력을 갖게 된 것은 위로부터의 강제적 억압에 의한 기획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시도에 의한 '평민 예술'에서 출발했기 때문으로 본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전통장르인 '시조'가 현대에 와서 일반인들에게서 생명력을 잃은 것과 대비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날 강좌가 끝난 뒤에는 지난 9월 6일부터 시작한 하반기 인문학강좌 수료식이 열렸다.

/정진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