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수진 (한국총포협회 회장)
최근 '벤츠 여검사' 사건이 연일 사회면을 장식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이 사건 진정인인 이모 여인이 명품의류 34벌을 훔친 사건에 대해 경찰이 구속 의견을 냈고, 검찰은 2차례에 걸쳐 보강수사를 지휘해 놓고도 이모 여인을 무혐의 처분하고, 오히려 고소인을 무고 혐의로 조사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구속 요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불구속 지휘가 내려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두 차례나 보강수사를 지휘해 놓고 무혐의 처리한다는 것은 수사관행상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검찰은 '목격자가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세간에는 최모 변호사가 검사장급 인사에게 사건을 청탁하여 수사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가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세간에는 또 경찰과 검찰 수사가 어떻게 극과 극의 상반된 결론이 나올 수가 있는가? 절도죄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이모 여인의 주장을 검찰이 받아들인 이유는 뭔가? 등등의 의혹도 꼬리를 물고 있다. 이같은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는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지만, 기소권에 대한 검증 장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1월 24일 입법 예고한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대한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 지휘 및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을 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입법예고 안에 따르면 경찰의 수사 개시권은 인정하되, 논란이 됐던 내사 범위에 대해서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하고, 경찰이 검사의 지휘없이 할 수 있는 내사는 정보수집과 첩보·탐문 등으로 축소했다고 한다. 경찰이 지금까지 수사전 단계로 행한 내사 관행과 모든 수사를 경찰이 담당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검찰의 권한은 강화되고 오히려 경찰의 권한은 축소되는 결과다. 문제는 경찰이 수사중인 사건을 중단시키고 검찰에 송치하도록 검찰이 지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많은 경찰관이 '검찰의 사건 가로채기'라며 반발하고 있고, 국민들 또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더 큰 문제는 검사나 검찰 직원이 관련된 비리를 검찰만이 수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검사나 검찰 직원이 관련된 비리를 검찰만 수사한다면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는 물론, 검찰은 불법 행위의 성역으로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거·공안사건은 형사입건 여부를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형사소송법의 '수사개시 의무' 규정과 정면으로 반(反)하는 것은 물론, 입건 여부를 판단하는데 수사외적인 힘이 작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사법개혁 특위가 대검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자 할때 필자는 '대검중수부 폐지 반대한다'는 칼럼을 쓴바 있다. 그 이유는 대검중수부의 역기능(逆機能)보다, 순기능(順機能)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중인 사건을 검찰이 중단시키고, 검찰과 관련된 사건은 검찰만이 수사할 수 있다면 누가 보더라도 검·경간 수사권 조정은 공정한 것이 아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 검·경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강한 검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