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립극단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창단이래 처음으로 야심차게 선보인 본격 뮤지컬 '원더풀 라이프'가 지난 주말 경기도문화의전당을 휴머니즘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연출가 고선웅 도립극단 단장은 "끔찍한 삶이여 다시 한 번"이라는 니체의 말에 담긴 교훈을 무대 위에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색다르게 녹여 놓았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모험을 꿈꾸던 쟈니 베일리가 소시민으로 이웃들과 함께 고향을 지켜가는 훈훈한 이야기는 관객 모두를 아우르며 감싸안은 '프리허그'(Free Hug)같은 따뜻함을 전했다. 이야기 자체는 신기하거나 새로운 소재는 아니었다. 악덕 자본가에 맞서 자신들의 고향을 지키려는 소시민들의 소박한 삶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위대한 선물이 바로 우리들 옆의 가족이나 친구, 친지들이라는 당연하지만 자주 잊게 되는 진실을 감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쟈니 역의 뮤지컬 배우 김병희의 연기력과 그의 부인 메리 역의 배해선의 가창력은 무대에 감동의 힘을 더했다. 극 후반에 등장하는 시계수선공 날개없는 키작은 천사 클라렌스는 자칫 무거워지기 쉬운 분위기를 톡톡 튀는 코믹함으로 객석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뮤지컬을 해보지 않은 도립극단 단원들도 저마다 제몫을 톡톡히 해내며 풍성한 무대에 일조했다.

물론 옥에 티는 있는 법. 초연이라 약간 긴장한 탓일까. 1부 초반 마이크가 잠시 꺼지거나 잡음이 들렸고 갑작스레 객석 조명이 켜지는 등 미숙함이 보였다. 게다가 저예산이다보니 막 중간중간 세트를 여러 명이 직접 무대 위에서 수작업으로 옮기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모든 것이 전자동으로 움직이는 국내외 초대형 뮤지컬들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조금 낯설게 보일 수 있는 장면. 그런데 빠른 이동을 위해 부산을 떨기보다는 진행이 지장받지 않는 범위내에서 깃털 모자를 쓴 출연자들이 극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레 동화돼 전혀 껄끄럽지 않았다. 부족한 단점을 오히려 독특한 개성으로 승화시키는 재치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뮤지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음악도 쉽고 익숙한 멜로디로 귀에 착착 감겨왔다. 다만 스피디한 빠른 장면전환이 아닌 스토리 위주의 뮤지컬로 긴 러닝타임은 관객이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듯하다. 이번 도립극단의 가족 뮤지컬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더욱 갈고 닦아 오랫동안 사랑받는 고유한 레퍼토리로 자리잡길 기대해본다.

/이준배 (문화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