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정리가 되지않는 분도 분야도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밤잠을 설치며 완수해야 하는 국회 예산작업이 매년 정해진 기일을 넘긴다. 밤새워 고민을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대상이 다르다. 올해는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 ISD 등 굵직한 내용들이 포진돼 있다. 개혁으로 당을 바로 세우고, 통합당을 만들고,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는 방법을 생각하는 등등. 가장 우선시 해야 하고 그들이 때만 되면 되뇌이는 서민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의 살길찾기는 말뿐 행동에는 없다. 방패와 칼이 부딪치면서, 모순(矛盾)을 만들어 내는 시기가 늘 이쯤이었다.
승리하는 것은 승리의 조건을 모두 만들어놓고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고, 패배하는 이들은 전쟁을 시작한 후 승리를 찾는다.
손자병법의 얘기다. 하지만 완벽은 없어 선택과 집중을 해 실행하고,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그것은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승리하고 싶으면 착실히 준비하는 길밖에 없다. 준비하고 승리하는 것은 상생과 평화를 위해서다. 내가 살고 상대가 죽으면 평화는 없다. 전쟁후 승리를 찾는 꼴로 상처뿐이다. 상생의 길도 막막하다.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는 상대를 죽이기 위한 싸움으로, 상생과 평화를 위한 준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사는 길이 보살펴야 하는 이웃과 나라가 사는, 승리를 위한 준비의 한 행태로 여기며 의기양양(意氣揚揚)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이 싸우는 동안 이웃이 더욱 궁핍해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통계청의 '2011년 사회조사'에서 45%가 '나는 하층민'이라고 답했다. 살림살이 빡빡한 층이 2년사이 2.9% 늘어난 수치다. 특이한 점은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지만 자신이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례가 0.4%나 된다. 반대로 소득이 600만원 이상임에도 하층이라고 여기는 비율도 5.2%나 됐다. 심리적 요인이 계층 구분에 작용한 것으로, 정치적 사회적 현상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연말이면 울리는 온정의 종소리, 구세군 자선냄비도 한파로 고전중이다.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실적이 부진하다. 공적기관이나 종교단체, 개인기부, 기업기부 등 기부 주체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어려운 이웃돕기에 나서는 이웃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성금유용 등 정직하고 투명하지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경기하락 국면에다, 정치·사회 지도층이 희망을 주지 못한데 따른 시대적 현상이다.
2012년은 60년만에 찾아오는 흑룡띠 해다. 흑룡은 용기와 비상을 의미하며, 희망을 상징한다. 2세 출산을 준비하는 부부, 결혼을 서두르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4년만에 오는 윤달이 낀 해기도 하다. 음력 3월이 두번 이어지는 해로, 양력으로 4월21일부터 5월20일 까지가 윤달에 해당한다. 윤달에 결혼하면 부부 금실에 문제가 생기고 자녀 갖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한편으로 손이 없는 달로 묘를 옮기는 달이기도 하다. 희비가 엇갈리지만 계획만 잘 세우면 피해가지 못할 이유도 없다. 윤달에는 좋은 날짜를 골라 이장을, 윤달을 피해서는 결혼과 출산을 계획하면 생각대로 다 이뤄진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겠으나 희망이 생긴다.
임진년은 뱀의 머리라도 되려고 아우성치지 말고, 용꼬리라도 함께 비상하는 흑룡의 해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승리하는 준비로 상생과 평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