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6시20분께 인천 서구 서곶로 시천교 검단방향 내리막길에서 5t 화물차량과 승합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충돌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또다른 화물차량과 승용차가 사고 차량을 피하지 못해 추가 사고가 발생했고 출동중이던 소방차량이 사고차량을 또 들이받아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시천교를 중심으로 서곶로(백석초~가정오거리) 차량통행이 약 1시간 동안 완전히 마비됐으며, 사고가 수습된 이후에도 오전 10시 30분까지 서곶로, 중봉로, 봉수대로, 장제로, 드림파크로와 백석교, 경인고속도로 등 서구, 계양구 지역 주요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이번 교통대란은 이미 예고된 재앙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날 눈은 서구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오전 5시부터 1시간 동안 내렸으며, 적설량은 1㎝에 불과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경사가 급한 교량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서구와 계양구는 수개월 전부터 평균 경사도가 5~7%인 교량은 강설시 차량사고가 쉽게 발생한다며 열선과 자동염화칼슘 살포기를 설치해 달라고 K-water(한국수자원공사)측에 요구해 왔지만, 예산문제로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서구 관계자는 "한강을 보더라도 교량은 보통 평면으로 지어지는데 배를 통과시키기 위해 경사도를 높이다보니 결국 일이 벌어졌다"며 "열선설치 등은 예산문제 때문에 아직 검토중에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서구의회 홍순목 의원은 "결빙문제에 대해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했지만 시설물 이관만이 이슈였을 뿐, 서구나 K-water 모두 당장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예방조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서구지역 학교와 직장에서는 지각사태가 속출하는 등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구 백석동에 위치한 한진고등학교 윤병운 교사는 "학생이나 교사 할 것 없이 지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늘은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수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도로 한가운데 갇혀버린 출근길 운전자들과 시민들도 SNS로 실시간 도로상황을 전하며 분노를 표시했다.
트위터 이용자 'lesli****'은 "한시간 넘게 버스안에 갖히고 결국 내려서 전철역까지 한시간 걸어서 도착. 이건 아닌거 같다. 아라뱃길. 도로를 다 끊어 놓고 한 사업이니 눈이 눈물만큼 와도 난리"라고 전했다.
K-water 관계자는 "이번 교통대란은 다른 도로 정체와 맞물려 빚어진 것으로 시천교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며 "제설차 5대를 대기시키고 눈이 오자마자 제설작업을 실시하는 등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