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도 구분 안되는 장마철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했습니다. 배달을 나가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배달을 못하겠다'고 말하자, 사장은 '그 돈 네가 물어낼 거냐'며 배달을 강요했습니다."(A군)

"일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 오토바이 수리비를 배달한 사람에게 내게 했습니다."(B군)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26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안심알바신고센터 운영개선 촉구 및 위반업체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두 명의 청소년은 음식배달대행업체의 '배달맨'으로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인천 부평구에 있는 한 음식배달대행업체에서 일했다. 낮 12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하루에 13시간 정도 일했다. 이들은 업주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도 없고, 4대 보험에도 가입이 안된 상태에서 일했다. 새벽까지 일했지만 야간 노동수당과 시간외수당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 음식배달대행업체는 경영방식이 특이하다.

치킨집에서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업주가 '배달맨'에게 지시를 내린다. '배달맨'은 치킨집에서 치킨을 받아 소비자에게 배달한다. 소비자로부터 치킨값 1만3천원을 받으면 2천원을 배달맨이 갖고 나머지 1만1천원을 치킨집에 주는 방식이다. 대리운전과 비슷한 구조다. 대리운전과 다른 점은 청소년 배달맨의 경우, 업주의 지시를 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배달하고 싶은 것만 고를 수 없고, 배달이 없을 때에는 사무실에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업주는 "배달맨과 고용 관계가 아니다. 내가 월급을 주지 않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한다는 것이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설명이다.

A군은 "출근시간에 늦으면 1분당 100원, 최고 15만원까지 가져갔다"며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B군은 "'리스비' 명목으로 하루에 7천원을 사장에게 준다"며 "하루 종일 일하면 5만원이 좀 넘는데, 리스비와 오토바이 기름값을 내면 별로 남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용노동부는 일부 학교에만 있는 '안심알바신고센터'를 확대 설치, 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청소년에게 성인과 똑같은 진정 절차를 요구하면 안 된다"며 "피해 청소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면 센터 담당교사를 통해 조사하는 등 기존 센터의 운영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