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한 해를 그냥 보낼 수야 없지 않은가. 일단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맞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개인적으론 물론이고 기업, 사회단체, 각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일 게다. 과연 올 한 해 맘먹고 한 일이 얼마나 성과를 냈을까. 미진한 부분은 무엇이었고, 잘해서 더욱 발전시킬 것은 어떤 분야인가. 꼼꼼히 따져보고, 잠시나마 생각에 잠겨보고, 반성도 해보는 것이 요즘 시기에 있을 법한 광경이다.
그렇다면 올 한 해 나라 전체로 보면 어땠을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딱히 신나는 일이 별로 없었던 한 해였다는 데 비중이 간다. 정치적으론 여야 싸움판이 더 커져 짜증이 더욱 심해졌고, 경제적으로도 굳이 수치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참 힘겨운 한 해였다. 직장을 못 구해 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을 보면 새해를 맞기가 두려울 정도다. 좀 좋아질 것이라는 연초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결국 속이고, 속임을 당하는 한 해였다. 그래서 이 연말에 엄이도종(掩耳盜鐘·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오지 않았는가.
인천은 어떤가. 인천도 힘겹긴 마찬가지다. 한때 인천시의 재정위기설까지 나돌 정도로 발전보다는 현상 유지가 더 힘들었던 한 해였다. 대형 사건의 발생도 예년 못지않았다. 물론 지난해에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폭격 등 역사에 남을 사건이 많았지만, 올해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경인일보가 선정 발표한 2011년 인천의 10대 뉴스만 봐도 분쟁이 유독 많았던 한 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수도권매립지의 매립기간 연장문제다. 매립지의 악취피해가 청라국제도시까지 번지면서 매립기간의 연장불가라는 여론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수도권매립지 사장은 인천시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매립지의 영구화 발언만 토해내 아직도 시민들 가슴에 큰 상처로 남아있다. 굴업도의 개발과 숭의운동장의 홈플러스 입점 등은 논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얼마 전에 발생한 중국선원의 해양경찰관 살해 사건은 우릴 더욱 분노케 했다. 남의 나라 땅에 와서 불법조업을 하면서 단속경찰관을 칼로 찔러 죽음에 이르게 했는데도 우린 시원한 용서를 받지 못했다. 폭우로 참사를 당한 대학생들의 사건은 왜 사전에 막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남는 일로 기록된다. 우리에게 희망을 준 일도 있다. 삼성바이오 등 대기업의 잇따른 진출과 인천공항의 명예 전당 등극은 그나마 밝은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바로 이것들이 2011년 인천의 자화상이다.
이처럼 한 해의 막바지에 서면 늘 아쉬움이 남게 마련이다. 뭐 하나 시원하게 마무리된 것이 없이 한 해를 또 보내는가 하고 자책도 하게 된다. 그러나 저무는 해는 시드는 해가 아니다. 저문다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잉태하기 위한 과정이다. 즉, 해를 넘긴다는 것은 희망이라는 미래를 맞이한다는 얘기다.
우린 한때 '처음처럼'이란 말을 유행시킨 적이 있다. 늘 처음 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어떤 일이든 한다면, 이뤄내지 못할 것이 없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한 해를 보내는 끝맺음도 진정한 자성(自省)과 함께 '처음처럼' 자세로 한다면 일단 성공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송구영신, 다가올 새해는 총선과 대선이 묶여 있어 나라가 좀 더 시끄러울 것 같다. 또 경제상황도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측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임진년에는 변화가 많았다고 한다. 점술가들도 2012년을 유달리 변화가 많은 해로 주목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희망의 해는 내일도, 모레도 뜨게 마련이다.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며칠 안 남은 신묘년을 뜻 깊게 매듭짓고, 새로운 희망의 해를 맞이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