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만 (안양시 대중교통팀장)
행정구역 통합의 화두가 지역 정가를 달구고 있다. 특히 그 한가운데에 있는 곳이 바로 안양권(안양·군포·의왕)이라 하겠다. 오래 전부터 몇 차례 통합이 가시화되었으나, 일부 정객(政客)의 정치적 이해타산과 헤게모니(hegemony)와 같은 진영(陣營)구축에 따라 무산된 적이 있다. 이후 몇 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그러한 기미와 조짐이 기우에 그치기를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소망해 본다.

그동안 안양권 통합의 당위성으로 내세웠던 지역 정서, 역사성, 행정과 생활권의 일치, 비용 효율성에 의한 규모의 경제 등 긍정 요소의 충분 요건은 무수히 많다고 하겠다.

여기에 자치단체간 행정 기능의 중복으로 인한 낭비의 비효율과 자치 선진국의 경우 단층제 행정구조가 정착되고 있고, 그동안 행정학회 및 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에서 거론되었던 광역자치단체의 축소 내지 폐지와 연계할 수밖에 없는 변화의 과정에 있다. 일례로 안양시의 경우 장묘시설, 상수도, 대중교통의 경우 안양시만의 국지적 행정이 아닌 군포, 의왕을 아우르는 통합 행정 기능을 수행해 온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누구보다도 인식의 궤(軌)를 같이 할 수 있는 전직 관료의 경륜과 3선의 기초단체장이 있어 통합에 대한 연대적 공감의 기대지수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언론 및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보면 그다지 반기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혹여 과거의 전례를 재연하듯 거리를 두는 모양새로는 시민에게 다가서는 통 큰 행정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통합이 본격화되면 이젠 과거와 같이 정치적 수사(修辭)로 비켜나가거나 지역적 소외, 기피시설 집중의 우려를 포장한 님비 현상의 이분법적 논리로 민의를 왜곡하기보다는 열린 공간인 공청회, 열린 토론회 등 합리적이고 다양한 방식을 통하여 시민이 판단할 수 있는 여건을 우선 마련하는 게 열린 마음에서의 통합을 지지할 수 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비토(veto)적이고 지엽적인 프레임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안양권은 그야말로 몇 십 년 만에 찾아오는 호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안양권의 상승효과를 기대하고 동서·남북을 연결하는 월곶·판교, 인덕원·수원 철도망, 금정·의정부 광역급행철도 구축 계획이 그것이다.

또한 수도 서울의 벤처, 금융, 문화 중심에 있는 남부권과 인접한 안양권은 도시 확산에 따른 첨단산업 유입의 경제적 잠재력과 접근성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향후 안양권, 과천을 동일 생활권 벨트로 하는 공간적 의미에서도 안양권 통합은 새로운 교두보가 될 것임을 짐작해 본다.

예로부터 길(路)은 새로운 문명을 만들고 번영의 기반이 되었듯이 앞으로 몇 년은 안양권 도약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변화에 맞는 도시발전의 동력은 이미 연담화되어 있는 도시의 특성과 지방자치법을 근거로 자치 기능의 능률적 수행과 도시 경쟁력 강화라는 합리성에 비추어 볼 때 지금 시점이야말로 통합은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는가. 일부에서는 지방분권화의 역행을 지적하지만 미래 관점에서의 성장과 발전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퇴보하고 실패하려면 변화에 둔감'하면 된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보고 앞날을 착시(錯視)하는 과거와 같은 자기 프레임에 매몰되는 우(愚)를 범하지 말고, 이제 더 이상의 꼼수가 자리하지 않는 공정과 열린 마음의 통합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