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문화 체험지로 유명한 전북 김제시 부량면 벽골제(사적 11호) 내 대형 쌍룡 모형이 '용띠 해'를 맞아 새로운 관광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2007년 설치된 쌍룡 모형은 대나무 수만 개를 엮어 만든 것으로 '흑룡'과 '백룡'으로 불린다. 쌍룡은 각각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면서 마주 보는 형상을 하고 있다.
둘을 합한 길이가 30m, 각 용의 높이는 2m로 웅장하다.
28일 김제시에 따르면 용띠 해를 앞두고 최근 쌍룡을 보러오는 관광객이나 사진을 촬영하려는 애호가, 용의 기운을 받으며 소망을 빌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많게는 하루 100여명에 이른다.
벽골제 시설담당자는 "지난주부터 일출을 찍으려는 사진애호가와 언론사 사진기자는 물론 낮에도 일반인이 부쩍 늘었다. 쌍룡에 관한 문의가 줄을 잇는데 특히 용띠 출생자들이 많은 것 같다"며 예년에는 보기 힘든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애호가들은 오전 6시께부터 자리를 편 채 '승천하는 쌍룡의 뒤로 붉은 아침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주로 담고, 일반인은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거나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라고 그는 전했다.
실제 상당수 언론사 사진기자들이 새해 특집용으로 쌍룡과 해와 어우러지는 장면을 촬영해갔다.
쌍룡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실존하지 않지만 신성함과 상서로움으로 깃든 상상의 동물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어서다.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두 마리 용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 것도 눈길을 끌게 하는 한 요인이다.
여기에 백제 때 물을 담는 수리시설로 축조된 벽골제와 수신(水神)인 용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쌍룡설화, 문헌으로 전해지는 여러 용 이야기까지 재미를 더한다.
벽골제를 허무는 용에게 목숨을 바쳐 이를 지켜냈다는 '단야낭자 설화', 고려시대 백룡과 흑룡의 싸움에서 백룡을 도와 가문이 대대로 융성하게 됐다는 '조연벽 장군' 설화가 대표적이다. 주민들은 10월 지평선축제 때 단야낭자 설화를 재연한다.
특히 조선 중기 정철의 아들인 정홍명 김제군수가 용에게 가뭄을 거두고 단비를 내려주도록 빌었다는 '기우벽골제문'은 쌀문화권 내에서 용이 가지는 신성함과 권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이 역사성이 담긴 벽골제 쌍룡 앞에서 새해 첫날 오전 7시부터 해맞이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린다.
산 정상이나 바다에서 이뤄지는 해맞이와 다른 독특한 콘셉트다. 용의 해를 축하하고 서로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며 용의 기운을 받아 새해 소망을 염원하는 자리다.
김제시는 '용의 해'를 맞아 쌍룡을 찾는 관광객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쌍룡, 지역 관광ㆍ문화명소, 새만금은 물론 내년 '전북방문의 해'와 연계한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