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성장률은 3.8%대로 추정된다. 전망값을 4%대와 3%대로 나누어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한국개발연구원, 한국은행 같은 정부기관은 거의 다 낙관적이었다. 반면에 삼성경제연구소와 국회예산정책처는 3% 후반대로 정확도가 높았다.
경제전망을 하는 실태는 어찌 보면 지적 담합이다. 다 같이 틀리면 으레 그러려니 하며 넘어갈 수 있다. 그러니 가능하면 하나의 수치에 고만고만 비슷해지려 한다. 만약 지식을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다면 경제전망전문가들은 곤혹을 치를 게 뻔하다. 특히 정부 측 전문가들은 진퇴양난이 될 성싶다. 정부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정치적 프리미엄을 붙이기 일쑤이다. 생각해 보라. 내년이 선거인데 경제가 엉망일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놓는다면, 전문가나 기관은 '세상 뭘 모르는' 바보가 된다. 그러니 모두 상향평준화하는 거다. 이런 일을 몇 번 집단적으로 하다보면 안 그러는 것이 바보라는 확신까지 들 수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나름 역사적인 뿌리가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경제기획원은 한국 경제를 만들어냈다. 기획재정부의 과장급 이상 간부들 중에는 '우리가 목표를 세우면 한국경제가 그리로 간다'는 추억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1998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터진 경제개방으로 경제주권은 흘러간 노랫가락이 된지 오래인데 말이다. 그들이 신봉하는 자유무역협정은 명맥만 이어가던 경제주권에 대한 종지부를 찍는 셈이다(물론 자유무역협정은 장점도 있다). 세계경제와 섞이는 정도가 심할수록 대한민국 경제에서 그들이 바라는 정치적 영향력을 구현할 가능성은 낮아만지고 있다. 경제를 개방하고 있는 주체들은 자신이 한 행동을 잊어버린 듯하다. 정확하게 짚는다면, 만족스럽지 못한 행위를 나중에 합리화하려는 인지적 부조화에 빠져있는 모양새다. 불편한 진실이다.
정부는 내년 국내경제성장률을 4%미만대로 잡고 있다. 7% 경제성장을 내건 현 정부로서는 가슴이 아릴 만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인 듯하니 경제를 위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불편함보다 진실을 택한 용기라고 긍정하고 싶기까지 하다. 행여 경제를, 국민을 포기하겠다며 손을 놓은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그런 생각이 비뚤어진 노파심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성탄절을 지나 학교에 다녀온 민세에게 아내가 물었다. "친구들에게 산타선물 받았냐고 물었어?", "내가 바보인가, 물어보면 친구들이 그럴걸, 너는 산타 믿냐." 막내는 부모에게 아기 민세로 남아 사랑을 계속 받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까. 내년에는 민세에게 다시 산타 선물을 사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2012년에 대한민국이 받을 선물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 산타 같은 국회의원들, 대통령을 만나는 꿈을 꾸어보자. 유권자 여러분, 실현가능하고 함께하는 행복을 이루도록 노력하고 요구하십시다. 송구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