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수 (미국 엘론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지난 20일 한 대구 중학생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신의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매스컴엔 이 사건이 매일 보도되었고 인터넷에서는 사람들이 그 잔혹성이 얼마나 진화되었는지 통탄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그 원인과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하고 사람들은 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2011년 학교폭력 실태에 관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재학기간 동안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을 묻는 질문에 대해 23%가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응답했고, 이 중 54%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학생들의 폭력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매스컴 보도에 의하면 경찰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과거에 별 탈 없던 평범한 학생으로 이 사건은 그저 장난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한 가족구성원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평범한 가정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래의 학생지도를 피상적인 개인가정환경이나 행동양태에 따라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심각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학생들 개개인에게 물어 보면 정직한 대답을 얻기 힘들지만 익명의 설문조사를 통해 학교 전체를 상대로 하면 의외로 학생들이 자신이 당하고 있는 또는 목격한 폭력사태나 따돌림, 그에 대한 문제의식, 신고의 문제점 등을 말함으로써, 사태 파악이나 해결 방법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의 원인으로는 핵가족 중심구조에서 자란 결과, 부모가 과잉보호하여 아이들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잠재된 폭력성이 나타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보는 이도 있다. 이런 현상은 중국에서 '소황제'라고 불리는 무례한 아이들이 양산된 경우와 같다. 학교에서는 입시교육 뿐만 아니라 올바른 인성교육을 통해서 공동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모여서 해결 방안을 자체적으로 모색하거나 외부에서 전문가를 모셔와서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산이 문제될 수도 있지만 미국의 경우 처럼 아는 사람을 통해서 또는 학교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전문가들이 무료로 봉사할 수 있도록 그들을 설득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만하다.

현재의 처벌제도가 약해서 이런 사건이 생긴다고 믿고 강력한 처벌을 옹호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처벌이 사건을 방지한다는 것은 가해자가 이성적 판단을 한다는 가정하에 통한다. 미국의 경우 처벌이 심해 억제력이 있을 것 같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오히려 학교가 정학이나 퇴학을 가할 경우, 단기간에 다른 학교 학생을 보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학생을 학교에서 제거함으로써 이들을 교육시킬 기회를 상실하고 이들이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상황으로 모는 경우도 많다.

학교폭력은 사후대책보다 예방교육을 통해서 방지를 도모하는 것이 상책이다. 피해 학생들이 부모, 선생,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면 사건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지만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따르면 2010년의 경우 학교 폭력 피해시 도움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로, 일이 커질 것 같아서(28%),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19%), 알려지는 것이 창피할 것 같아서(15%), 보복당할 것 같아서(13%) 등이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목격했을 때 모른척 하는 것(62%)도 큰 문제다.

또한 폭력이 가져오는 고통을 학생들에게 실감시키는 것도 하나의 대책일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신체장애자를 위한 경사로를 설치하는 비용 때문에 건물주들이 주저했을 때 그들을 초대하여 신체장애자처럼 휠체어를 타고 하루동안 생활하면서 그들의 고통을 느끼도록 한 경우도 봤다. 한국 학생들도 피해자로 하루 동안 살면서 가상적으로 고통을 느끼게 한다면 모든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외면하거나 또는 무감각하게 받아들여 장난으로 남을 괴롭히는 사태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