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중학교에 입학한 A군(14)은 낯가림(?)이 심하고 말수도 적어 학기초부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왕따'로 전락해 학교 폭력에 시달리게 된 A군은 '또래중조인(仲調人)'인 같은 반 B군에게 괴로움을 이야기했다. B군은 가해학생들을 찾아 집요하게 설득했고, 처음 "장난으로 그랬다"던 가해 학생들은 얼마 뒤 "A친구가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몰랐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A군도 자신의 문제점을 고쳐 동료 학생들과 잘 어울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A군은 친구들과 서로 장난도 치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전국 최초로 중학교 5개, 고등학교 5개 등 10개 학교에서 시범 시행하고 있는 '또래중조인' 프로그램이 학교폭력 해결 방안중의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또래중조(Peer Mediation)는 왕따·싸움·괴롭힘 등 학생간 문제가 있을 때 학생 중조인이 당사자들 사이에서 대화로 잘 풀 수 있도록 돕는 활동으로 1983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돼 현재 미국 전역 및 다른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학급에 1명씩 선정된 또래중조인들은 30시간의 갈등 해결 훈련을 받고 지난 1학기말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으며, 올해에만 학교내 싸움·갈등·왕따 등 10여건을 해결했다. 학교도 중조실을 만들어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폭력 피해는 교사를 포함한 누구보다 친구들이 더 잘 알고,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도입했다"며 "내년 또래중조 프로그램을 20개 학교로 늘린 뒤 효과 등을 분석,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