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의회가 올해 회기 종료 35분 전에예산안을 의결해 준예산 사태를 모면했다.
성남시의회는 30일 오후 11시20분께 제18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2012년도 예산 수정안과 2011년도 3차 추경 예산안 1조9천461억원을 의결했다.
지방자치법상 차기 회계연도 10일 전에 예산을 심의·의결해야 하기 때문에 법정 처리기한을 9일이나 넘겼다.
이날은 법정 회기 마지막 날이어서 예산안을 의결하지 않고 자정을 넘겼다면 사상 첫 준예산을 집행할 상황이었다.
임시회는 전날부터 시작됐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등원을 거부해 정회를 반복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시장 수행비서가 의원에게 욕설과 협박을 한 사건에 대해 시장이 사과하고 수행비서를 파면하지 않으면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집단 보이콧해 의회가 공전됐다.
전체 의석 34석 중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19석을 차지하고 있어 개의해도 의결 정족수(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 미달로 의안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집행부가 제출한 2012년도 예산 2조651억원 가운데 총 3천713억원을 삭감했다.
세부적으로는 시립의료원 건립비 301억원, 위례신도시 아파트 건립 부지 매입비1천880억원, 홍보예산 8억3천만원 등이다.
시립의료원 건립은 지난해 45억9천만원이 지출됐고 지방재정법에 근거해 계속 사업비 승인을 받은 사업이어서 예산 확보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회기에서 위례신도시 분양 아파트 건립을 위한 토지 취득과 정자동 공공청사 부지 매각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의결에 앞서 장대훈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하면 의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보이콧 사태의 당사자 이덕수 의원은 "치욕과 모독, 참담함 속에서도 민생예산을 외면할 수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성남시도 "상식적이고 합법적인 조건을 제시한다면 언제든지 수용할 용의가 있다"며 "모든 문제를 제쳐놓고 예산심의에 임해줄 것"을 요청했다.
의회 공전 사태는 외형적으로 의원과 수행비서 간 언쟁에서 촉발됐다.
그러나 그 뿌리는 의료원 건립과 위례신도시 아파트 건립, 정자동 공공청사 부지 매각 등 주요현안에 대한 민주당 시장과 한나라당 의원 간 이견이어서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이재명 시장은 이날 오후 의회 파행 중 열린 종무식에서 "의회와 집행부의 존재이유는 세금을 내는 시민의 복리증진"이라며 "시 살림을 망치고 재정을 악화시킨 행위에 대해 시민의 이름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저를 포함한 공직자 모두의 책임이 크다"면서도 예산심의 보이콧을 '시민배신행위'라며 그 행위자를 '날강도', '반역자', '도둑놈'이라고 원색적으로 표현해 또 다른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성남시의회는 지난해에도 시립의료원 설립 문제로 대립하다가 정례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12월 31일 자정 1시간 전 가까스로 의결한 바 있다.
2009년에도 본회의장 봉쇄 소동을 거쳐 회기 마지막 날(12월 21일) 자정 5분 전에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월에는 시ㆍ군 통합을 놓고 민주당 의원들이 쇠사슬을 몸에 두르고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30일 예산안 의결 과정에서도 한나라당측이 약속했던 시간보다 10분 전에 개회해 자체 수정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고 항의하며 민주당 의원이 의장 명패를 파손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