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상호간에 잘 준비돼 있을 때만이 위대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안다. 역사는 그것을 증명한다. 유권자에게는 후보를 정확히 보는 '눈'이 필요하고, 후보자에게는 거짓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진실성이 요구된다. 다선이기 때문에 또 돼야 한다거나, 정당 프리미엄만을 내세우는 후보는 곤란하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운명처럼 엮인 만남을 보게 된다. 어떤 만남은 한 사람의 일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하고, 위대한 예술적 결과를 낳기도 한다. 또 어떤 만남은 전쟁과 같은 재앙을 가져온다. 2012년은 다산 정약용이 태어난 지 꼭 250년이 되는 해다. 마침 지난 연말, 다산과 제자 황상(黃裳)과의 만남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 '삶을 바꾼 만남'. 저자는 다산과 황상과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는 둘의 관계를 '조선시대 전방위 지식인 다산과 그의 가르침을 따라 평생을 산 단 한 사람'이라고 요약한다. 이런 만남은 서로가 잘 준비돼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강화학파의 계보를 이으며, '원교체'란 독특한 서체를 완성한 위대한 서예가 원교(員嶠) 이광사(李匡師)와 그의 친구 상고당(尙古堂) 김광수(金光遂)의 만남도 예사롭지 않다. 상고당은 18세기 조선의 대표적 서화(書畵) 수집가였다. 당시 중국이나 조선에서 구할 수 있는 서체는 모두 상고당의 집에 있다고 할 정도였단다. 이광사는 이를 맘껏 보고, 연구할 수 있었다. 이광사의 예술적 기질에 상고당이 보유한 진귀한 서예 작품들이 만나, 원교체를 낳은 것이다. 이광사는 또한 강화학파의 원류, 하곡 정제두를 스승으로 뒀다. 하곡을 만나면서 이광사는 기존 질서가 아닌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됐다. 위대한 만남을 위한 일종의 준비 과정을 거친 셈이다. 김일성·마오쩌둥·스탈린·이승만·트루먼 등의 '역사적 만남'은 한국전쟁을 야기했다. 이들 중 한 명만 빠졌더라도 한국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들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선택'이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나라가 대선 등 큰 선거를 치른다. 마침, 북한의 권력 교체도 이뤄졌다. 올해 우리가 해야 할 '선택'이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2012년, 우리는 어떤 인물을 역사적 무대에 올릴 것인가.
다산 정약용은 잘 못 뽑은 향리(鄕吏)를 이렇게 비유했다. '마치 주린 범이 돼지를 얻고, 배고픈 매가 꿩을 만난 것처럼 신속히 내달아 잔혹하고 매섭다.' 다산이 살던 200여년 전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 늘 우리는 선량(選良)들에 얽힌 비리 소식을 달고 산다. 올해 우리 유권자들은 최소한 백성을 돼지로, 꿩으로 여기는 배고픈 호랑이와 매를 뽑아선 안 된다.
위대한 만남은 위대한 결과를 낳는다. 위대한 유권자는 위대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을 것이다. 2012년의 위대한 만남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고민하자. 그리고, 개인적으론 다산 정약용과 황상같은 운명적 만남이나 원교 이광사와 상고당 김광수의 '위대한 만남'도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