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의대 길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닥터헬기'는 국내에 첫 도입된 응급의료 전용헬기다. 출동 요청이 들어오면 병원에서 대기 중인 응급의료 전문의와 간호사 등을 태우고 환자가 있는 현장으로 즉시 날아간다. 비록 몸집은 작지만 각종 최첨단 의료장비(자동심폐소생기, 인공호흡기, 심장초음파 등)를 갖추고 있어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응급실'이나 다름없다.
길병원 닥터헬기는 지난해 9월부터 인천 상공을 날기 시작했다. 닥터헬기 도입 이후 생사의 촌각을 다투는 응급의료 현장에선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닥터헬기 팀을 이끌고 있는 길병원 응급의학과 양혁준(48) 과장은 불과 며칠 전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고 다행히 목숨을 건진 한 20대 환자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충남의 한 공장에서 금속 프레스 작업을 하던 중 손과 팔, 그리고 어깨는 물론 가슴까지 크게 다쳤다. 골절과 폐손상, 혈관 파열 등으로 지역 병원에서는 손을 쓰기 힘들 정도로 생명이 위독한 환자였다. 양 과장은 "긴급 연락을 받은 뒤 서해대교 휴게소까지 15분 만에 날아가 환자를 이송해 왔다"며 "닥터헬기가 아니었다면 환자를 살리기 어려웠을 것이다"고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심장 마비 증상을 보인 서구 검단의 60대 남성, 그물 작업을 하다 바다에 빠져 가슴과 배 등에 외상을 입은 강화도의 40대 어부 등 닥터헬기로 목숨을 구한 환자는 한둘이 아니다. 양 과장은 "중증 외상과 심근 경색 등은 늦어도 1시간 이내에는 응급처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닥터헬기는 중증 응급환자를 신속히 이송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말에는 우리 해경 대원이 불법 조업 중인 중국어선을 단속하다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닥터헬기 의료진은 원거리 운항이 불가능했던 탓에 일단 응급장비를 갖추고 긴급 출동대기를 하고 있었다. 양 과장은 "해경과 실시간 원격진료를 진행하고 있었다"며 "만약 해경 헬기가 우리 의료진을 태워 현장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는다"고 했다.
항간에는 닥터헬기가 길병원에서 반경 60㎞ 이내로 운항이 제한돼 있고 병원 옥상 이·착륙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예산낭비 지적과 함께 닥터헬기 무용론까지 제기된다. "조종사들이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충분한 훈련이 필요해요. 운항 거리와 옥상 이·착륙 문제 등은 시범 운영을 통해 점차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닥터헬기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119 구급대, 해경 등과 긴밀한 공조체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인천 시민들의 격려와 성원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