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두 (작가·경찰학박사)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시 '섬'은 짧지만 강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이 시에서 '섬'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 아닐까 싶다. 이 시를 읊을 때마다 필자는 '섬'이라는 시어 대신에 '꽃'을 떠올리곤 한다. 사람들 사이에 꽃이 있을 때, 그리고 그 꽃이 활짝 피어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살 만해지지 않을까?

해마다 세밑이 되면 불우이웃을 돕는 기부가의 소식에 그래도 세상이 따뜻하다고 느끼곤 했다. 하지만 지난 세밑에는 한파만큼이나 차가운 소식이 우리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대구에 이어 발생한 광주 중학생 A군 자살사건으로 일선 학교에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왜 한 울타리에 있는 다른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일까?

새해가 되자마자 경찰은 학교폭력 수사에 외근 경찰관 1만2천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 문제에는 경찰뿐만 아니라 사회 모두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폭력'이란 어쩌면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생태계의 섭리, 생명을 가진 모든 이들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본능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다. 우리 주위에는 살인이나 폭행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천 명씩 경찰에 연락하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주먹' 대신 '꽃'이 피어나려면, 폭력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이 사라지려면 무엇보다도 폭력이 좋지 않다는 인식을 학생들 사이에 심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현장인 학교, 그리고 학부모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을 듯싶다. 광주에서 A군이 숨진 채 발견된 날(지난해 12월 29일)로부터 한 달 전인 11월 30일 한 교사는 A군과 B군이 돈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것을 보고 두 학생을 훈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2010년 12월에 친구에게 돈을 빼앗아 5일간 교내 봉사를 하기도 했다. 만약 피해자인 A군과 가해자인 B군을 확실히 격리했다면 안타까운 A군의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학교에만 전가할 수는 없다. 교육당국의 한 관계자는 "B군에 대한 생활지도는 교사도 어려워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 "불특정 다수 학생에게 돈을 빼앗거나 담배를 상납받았다 해도 피해 학생이 말을 하지 않으면 지도에 한계가 있다"며 "중학교육까지 의무교육인 마당에 학교 입장에서 보면 B군도 결국 끌어안아야 할 학생이라는 점에서 고민은 더 커진다"고 해명했다. 고등학생은 퇴학도 가능하지만 의무교육 대상인 중학생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다.

결국, 학생들이 폭력을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야만 가해자도 줄고 피해자도 줄 것이다. 친구를 괴롭히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를 인식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선 학교와 가정에서 학생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며,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일선 학교에 심리상담사 등을 파견할 필요가 있다. 또한 피해 학생에게는 신고를 해도 보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처럼 경찰, 가정, 학교,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하나가 되어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질 때 '학생들 사이에 주먹 대신 꽃'이 피어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