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범섭 (수원축산농협 상임이사)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모두들 60년 만에 돌아오는 '흑룡의 해'라고 좋은 일이 있기를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 한해는 참으로 어려운 일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구제역으로 인해 연초부터 전국이 초비상에 걸렸고, 우리 조합은 물론 전국의 모든 축산농협 직원들은 방역 활동에 전념해야 했다. 공무원들도 그랬지만 우리조합 전직원은 남녀를 불문하고 조 편성을 해 24시간 3교대로 방역 초소를 지키며 제발 우리 지역만이라도 구제역이 비켜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런 간절한 바람이 통했는지 우리조합 관내인 수원시, 화성시, 오산시는 타 지역에 비해 직접적인 구제역 피해가 아주 미미했다.

하지만 경기도내 동부지역과 북부지역에 다수의 양돈 농가에는 구제역이 발생했고, 수없이 많은 돼지들이 살처분 돼 땅에 묻혔다. 그런데 그 결과 우리 조합처럼 사료공장을 운영하는 조합이 엉뚱하게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양돈사료 판매량이 급감하고 학교급식용 돼지고기가 부족해 학교급식을 걱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또 축산농협이 운영하는 TMR 사료공장의 인근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3개월간이나 공장 가동이 중단돼 많은 손실을 초래하게 됐다. TMR 사료공장 직원들은 집에도 못가고 혹한의 날씨에 컨테이너에서 3개월간 생활하며 공장 정상화를 위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구제역이 종결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조합에는 실로 엄청난 손실이 초래됐음을 알게 됐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경영상 엄청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조합의 현실.

경영을 책임져야 하는 상임이사로서 연도말 결산을 추정해 보니 참으로 암담했다. 과연 새해의 사업계획 목표를 채울 수 있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조합원들을 지원하는 '경제사업'이나 '지도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협동조합의 본질은 경제적 약자인 조합원들을 보호하고 경제적, 기술적 지원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많은 조합들은 경제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사업은 '환원사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수익원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축산농협은 상호금융 사업을 통해 일정 수익이 창출돼 경제사업과 조합원 지도사업을 지원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나 경기가 이렇게 어려운데다 금융감독원마저 가계자금 대출 증대를 억제하므로 축산농협의 수익성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경제사업은 그 규모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간 농협은 세간의 뭇매를 많이 맞았다. 이제는 협동조합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농협은 농업전문가들이 선도하는 지역 경영체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도 규모화를 통하여 전문성을 강화하고 개인이나 단기 이익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합을 믿고 따라야 한다. 조합원과 조합이 하나돼 상생의 노력이 있을 때만이 경영안정을 통해 농협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