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의 한 중학교에서 학부모가 학교폭력 문제로 상대 학생 2명을 고소하자 이들 학생의 학부모도 자녀가 폭행을 당했다며 맞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9일 인천 A중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2학년 B군은 지난해 6월 문에서 넘어진 것 때문에 C군과 싸움이 붙었고, 이 과정에서 B군의 앞니 하나가 부러졌다.

교내에서 폭력이 발생하자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B군과 C군이 서로 때린 것으로 보고 이들 모두에게 '교내 청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B군 부모는 "내 아들이 일방적 피해자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위원회는 2차 회의를 열어 '서로에게 편지쓰기'로 기존 처분을 완화했다.

B군 부모는 2차 회의 결과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위원회는 3차 회의를 열어 C군에게 '심리치료'라는 처분을 내렸다.

이후 B군과 C군 부모는 치료비와 보상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게 됐다. 이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또 다른 폭력행위가 발생했다. 같은 해 12월, B군과 같은 반 학생 D군이 싸움을 벌인 것이다. B군은 입안이 터지는 등 부상을 입어 2주간 입원을 했다. B군 부모는 "학교가 (6월에 벌어진 학교폭력을)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아들이 따돌림을 당했다"며 "그러던 중 C군의 친구인 D군이 아들에게 시비를 걸어 때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교측은 "B군이 두 번째(12월) 맞은 것은 일방적 폭행이 맞다"면서도 "B군이 이전(6월) 폭행 건으로 인해 맞은 것도 아니고 따돌림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결국 B군 부모는 지난해 12월 경찰서를 찾아가 C군과 D군을 고소했고, C군과 D군 부모는 "우리 아들도 B군에게 맞아 다쳤다"며 맞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학교폭력 문제가 교내에서 해결되지 못한 채 형사사건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한쪽이나 양쪽이 위원회 처분에 만족하지 않거나, 보상문제로 학부모간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교내 폭력문제가 학부모 간 갈등으로 풀리지 못한 채 법의 잣대로 해결돼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학생들이 싸우면 화해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요즘에는 학부모들이 학교폭력에 민감하다.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들이 위원회 처분을 수용하지 않으면, 위원회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학교폭력예방장학협회 김일구 사무처장은 "학생들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부모가 그대로 믿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교내 폭력이 경찰서까지 가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가정에서 많은 소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