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학장의 부친은 안산의 문화계 어른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고 이돈형 박사이다. 성호 이익 선생님의 후손답게 안산을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셨던 분이다. 경기도향토사연구협의회 모임에서 몇 번 뵈었던 적이 있었는데 서울대학교 치대 교수를 하셨던 이 분이 역사를 전공한 우리보다 더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셔서 무척 놀라곤 했었다. 이는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돈형 박사는 1993년 12월에 성호 이익 선생님의 필사본 '성호사설' 등 집안에서 6대에 걸쳐 집필하고 소장한 자료 800여점, 1천여권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하였다. 이러한 자료들이 단순히 여주 이씨 가문의 소장자료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그로 하여금 국가에 기증하게 한 것이다. 결국 이 기증으로 국립도서관에서는 성호 이익 특별전을 개최하고 성호 선생님 연구에 한층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그 결과 조선후기 실학의 양대 줄기의 하나인 경세치용 학파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돈형 박사의 유지를 받든 이효성 교수 역시 천금물전을 비롯한 가문의 보물을 성호기념관에 기증함으로써 역사 인물 연구와 안산의 문화발전에 새로운 초석을 깔았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의 박물관에 유물을 기증하는 사례들은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예전 수원시에서 연구직 공직자로 근무하던 시절에 화성을 축성한 정조의 절대적 신임을 받던 번암 채제공 선생님의 후손으로부터 채제공 초상화와 정조어필을 비롯한 유물 300여점을 기증받은 바 있었다. 초상화는 문화재위원장을 하셨던 안휘준 교수의 평가에 의하면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초상화이다. 초상화는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전시하면서 문화재 지정을 받아 보물 1477호가 되었다. 이러한 귀한 유물을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면 일반 국민들은 전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수원박물관의 경우 유물 기증자가 무려 50여명이 넘는다. 수원박물관의 경우 전시된 유물의 상당수가 기증 유물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사운 이종학 선생님을 비롯한 수원분들이 자신들이 많은 비용을 주고 구입하였거나 혹은 집안에서 대대로 소장하고 있던 유물을 기증하였다. 이 분들의 헌신으로 수원의 문화는 발전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수원화성박물관의 경우 부여의 도강영당측으로부터 2010년에 동방전서의 대가인 미수 허목 선생과 수원부사를 지낸 의병장 홍가신 선생의 초상화를 기증받기도 하였다. 도강영당측에서 이 분들이 수원과 인연이 있고, 또한 유물을 잘 관리하기 위해 수원시에 기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로 이것이다. 이제는 개인들이 집안에 소장하는 것보다 유물을 올바로 관리하여 후세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박물관에 기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해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관리해야만 유물이 잘 보존되고 전승될 수 있다. 더불어 집안의 명예 또한 올라가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유물 기증 집안의 문화적 능력과 선대를 계승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 집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두에게 좋은 유물기증운동이 더욱 정착되고 발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