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한국경제의 도약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창조적인 중소기업들의 증가다. 혁신성이 강한 작은 중소기업들이 창조경제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대기업 주도의 경제활동에 익숙했던 탓에 정작 이 중대한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창조역량은 그들이 보유한 우수인재에서 나온다. 그러나 현실의 중소기업들은 인재확보에 사투를 벌인다. 취업난을 호소하는 젊은 인력들이 많지만, 정작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임금수준과 낮은 사회적 이미지 때문이다. 이는 엄청난 엇박자(mis-match)인데, 오랫동안 해결기미가 없어서인지 중소기업들에겐 만성적인 문제로 인식되는 실정에 이르렀다. 또한 중소기업의 인력문제에는 단순히 인재확보의 문제를 넘어서, 이미 확보한 인재들의 반복적인 이직(移職)문제도 고질적인 병폐로 고착화돼 있다.

중소기업에 우수인재가 몰리게 하려면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 첫째, 중소기업의 임금이 대기업의 85%는 최소한 돼야 하며, 욕심을 낸다면 90%선은 돼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 임금과 차별성을 덜 느끼게 된다. 그런데 임금을 이런 수준으로 주려면 문제는 돈이다. 회사가 그것을 감당할 수익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수익이 늘면 주문을 주는 대기업쪽에서 납품단가를 줄이려 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수익은 다시 줄어들고 임금수준도 높이기 어렵게 됐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인식전환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중소하청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자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공생(共生) 신념'으로 전환돼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들의 책임감도 필요하다. 대기업이 허용한 수익증가분을 반드시 인재확보 용도로 사용한다는 사명감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약속을 정립하는 것도 초기에는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우수인재들의 이직을 막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필자의 분석에 의하면 수도권 중소기업 입사자들의 5년이내 퇴직률은 약 45%에 달한다. 그들이 꼽는 가장 결정적인 퇴직 이유는 개인적인 승진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원인이 작동한다. 한 원인은 한국 중소기업에서 보이는 혈연기반의 임원진 구성 때문이다. 즉, 자식, 형제, 친척 혈연에 의해 임원진이 구성되는 상황에서 우수인재들이 비전을 갖기는커녕 좌절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처방은 혈연 통로 이외에 능력을 통해서 임원진으로 승진할 수 있는 통로를 여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조직 문제의 정비다. 중소기업은 하위계층에서는 인사이동을 많이 시키지만, 상위계층에서는 인력이동이 적다. 이것은 조직을 보수적으로 만든다. 이 보수화는 하위계층 우수인력들이 보기에는, 중간관리층에서부터 자신이 차지할 자리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개인적인 좌절을 낳는다. 이에 대한 처방은 중간관리층의 인사에 대해 '발탁형'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수인재들에게 조직속의 희망을 유지시켜줘야 한다.

셋째, 핵심기술인력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인사정책이 필요하다. 보통 중소기업의 경우 R&D연구실의 책임자가 5년이상 가는 경우가 드물다. 회사의 사활을 결정하는 핵심인재인 것을 알지만, 예산문제 및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해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처방은 장기고용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물론 장기고용을 약속할 수준의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사전에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장기고용보장은 21세기 기업환경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임금이 대기업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고용안정을 주지 못하면 진정으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

중소기업의 인력문제는 절대 사소한 이슈가 아니다. 청년실업과 일자리 창출 등 한국경제의 아픔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다. 임진년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어젠다로 설정하고 지혜를 모으는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