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은 가난한 이웃이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홀로 사는 노인, 소년소녀 가장, 장애인 등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웃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분들이 사회나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복지예산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취약계층을 지원해 오고 있지만, 양극화의 골을 다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기업과 단체, 개인의 기부와 나눔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시에서도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오는 1월 31일까지 연말연시 집중모금을 위한 이웃사랑 실천 릴레이 프로젝트인 '사랑의 열차 이어달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운동은 경제 불황으로 저소득층과 복지시설 등이 어려움에 처해 있어, 소외계층에 대한 이웃의 관심도를 높이고 자율적인 모금참여를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프로젝트이다. 시민, 사회·종교단체, 기업체, 기관 등을 대상으로 성금 또는 물품 등을 기탁 받아 경기불황여파로 실직, 도산 또는 질병(장기입원자, 중증질환자) 등 위기상황으로 치달아 현행 법·제도로 지원받을 수 없는 복지사각지대 가정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우리시 저소득층은 현재 국민기초수급자, 독거노인, 차상위계층, 소년소녀가장, 한부모 가정, 긴급지원대상자 등 9천700여명(6천100여 가구)에 이르며 재작년에 펼쳐진 '사랑의 열차 이어달리기 운동'에서는 성금 5억9천200여만원, 성품 5억8천여만원 등 총 11억7천200여만원을 모금해 저소득층과 복지시설에 전달되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기부가 사회 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되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의 미덕은 중세를 거쳐 근대 사회에서도 귀족과 지도층이 사회 환원을 실천하는 리더십의 표본으로 간주됐다. 록펠러에서부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전 회장까지 많은 갑부가 자선재단 등을 만들어 교육이나 사회복지, 빈곤타파 등에 앞장서 왔으며 인류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록펠러 재단은 카네기재단, 포드재단과 더불어 미국 최대 규모로 손꼽힌다. 우리나라에도 기부와 자선의 모범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주 최부잣집이나 유한양행의 유일한 박사는 나눔과 헌신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였다. 우리나라도 최근 기부 활동을 포함해 상층 집단 일부에서 부의 사회적 환원이 점차 늘어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더욱이 그것이 소박한 자선 행위를 넘어서 재단 창립과 기부문화 정착 등으로 제도화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랑', '자비', '인(仁)'을 많이 입에 올린다. 그러나 상대방을 사랑하면서 내가 사랑한 것만큼 너는 나를 인정해 줘야 하고 내가 사랑한 만큼 너도 나를 사랑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사실 그것은 주고받는 거래일 뿐이다. 이기적인 사랑과 자비는 진정한 사랑과 자비는 아닐 것이다. 내가 손해를 보고 희생하면서 까지 상대방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 때 그것을 이타적인 사랑, '아가페'적 사랑이라고 말한다. 자비는 사랑 '자(慈)'자에 슬퍼할 '비(悲)'자다. 상대방의 처지를 가엾게 여기는 바탕위에서 사랑하는 것이 '자비'인 것이다. 공자도 역시 상대방을 측은하게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강조했다. 모든 사람이 이러한 마음을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는 아름답고 행복한 공동체로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다. 나눔 문화 활성화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차원을 넘어 사회통합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