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박성현기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역 확장으로 전국의 전통시장이 지난 7년새 178개나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SSM은 골목 상권을 지속적으로 잠식해 같은 기간 약 4배로 늘어났고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은 2007년에 이미 전국 전통시장을 추월했다.

25일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전통시장은 2003년 1천695곳에서 2010년 1천517곳으로 7년새 178곳이 없어졌다. 이에 따라 시장내 점포는 23만~24만개 수준에서 2010년 20만1천358개로 20만개를 겨우 넘겼다. 지역별로는 2010년 기준 서울에 가장 많은 218개의 전통시장이 있고 뒤이어 경북(178개)·부산(161개)·경남(151개)·경기(150개) 순이었으며, 광주는 22개로 가장 적었다.

이 기간에 대기업의 SSM은 234개에서 928개로 무려 694개가 늘었다. ┃그래픽 참조

대형마트 사업체 수는 2003년 265개에서 2009년 442개로 증가한데 이어 2010년에는 450개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화점 수는 85개에서 83개로 큰 변화는 없다.

그러나 전통시장 매출이 계속 줄어드는 동안 대형마트와 백화점·SSM은 꾸준히 늘고 있다. 대형마트 매출은 이미 2007년 전통시장을 앞질렀고 백화점도 2010년 전통시장을 추월했다.

서울 남대문시장, 부산 자갈치시장 등 전통시장 매출은 2003년 36조원 수준에서 매년 줄어 2007년 26조7천억원에 달했고 2010년에는 24조원까지 감소했다.

반면에 신세계·롯데·현대 등 백화점 매출은 2003년 17조5천억원에 불과했으나 2009년에 21조7천억원으로 늘었고 2010년에는 24조3천억원으로 전통시장보다 커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분석한 결과 롯데쇼핑·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의 작년 매출 추정치(IFRS 연결 기준)는 26조원에 달했고 올해는 2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은 2003년 19조6천억원에서 2007년 28조3천억원으로 전국 1천600개 전통시장을 앞질렀다. 2010년에는 33조7천억원으로 전통시장과 10조원 가까이 격차를 벌렸다.

대기업이 주로 운영하는 TV홈쇼핑과 방문판매 등 무점포 판매도 2003년 15조2천억원에서 2010년 31조원으로 커졌다.

SSM 매출은 2003년 2조6천억원에서 2009년 4조2천억원, 2010년 5조원, 2011년에는 6조1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전통시장이 이처럼 추락하는 것은 대형마트와 SSM이 전통시장을 대체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 노후화와 부족한 서비스로 주부 등 고객의 외면을 받은 탓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전통시장의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중이며 SSM이 전통시장 1㎞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규제도 만들었다. 올해부터는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이 오전 8시~자정 까지로 제한된다.

전국상인연합회 진병호 회장은 "대형마트 시간 제한보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취급 품목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더 낫다. 버스정류장을 시장과 가까운 곳에 만들고 정류장 이름을 시장 명칭과 같이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경영진흥원 상권연구팀 박세진 연구원은 "서울 남대문시장이나 제주 오일시장은 중국·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데 대형마트가 들어와도 경쟁력이 있다. 이런 식으로 소비층을 끌어낼 수 있는 특화된 시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SM에 자리를 뺏긴 영세 슈퍼마켓의 점포수도 매년 급감하는 추세다.

매장 면적 150㎡ 이하 기준 점포의 경우 2006년 9만6천개에서 2007년 9만1천개, 2008년 8만7천개, 2009년 8만3천개로 매년 4천~5천개나 감소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2010년 이후 공식 통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연합회에서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약 7만5천개가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