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를 가까스로 버팁니다'.

인천 남동공단의 배합사료 생산업체인 K업체는 신용장을 개설해 외국에서 수입한 곡물을 인천항 보세창고에 방치하고 있다. 극심한 자금난으로 곡물을 빼내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보관료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장을 놀릴 순 없어 수입한 원료를 놔두고 국내에서 사료원료를 조달하고 있다”며 “그나마 1회에 100t씩 조달하던 어분도 지금은 27t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의 무늬목 공급업체인 남동공단의 I업체는 거래업체들이 제때 대금결제를 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의 거래업체는 120여개로 80여개가 중소기업이다. 이들 중소기업 중 제대로 대금결제 기일을 지키는 업체는 10~20%에 불과하다.
 
이 회사 사장 S씨는 “대금결제를 8개월 이상 지연시키거나 '배째라'식으로 대금결제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이러다가 연쇄부도사태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최악이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관내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04년 3/4분기 기업자금사정 동향 및 4/4분기 중 전망'에 따르면 3/4분기 중 기업들의 자금사정 실사지수(BSI)는 83으로 전분기(89)보다 하락했다.
 
기업들의 자금사정 악화는 중소기업에서 특히 두드러져 대기업의 경우 3/4분기 자금사정 BSI가 전분기에 이어 기준치인 100을 기록, 적정수준을 유지한 반면 중소기업은 전분기 86에서 3/4분기 78로 더욱 나빠졌다.
 
4/4분기 중 기업자금사정 전망 BSI도 80으로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회장·김용구)가 최근 중소제조업 1천500개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4년 3/4분기 판매대금결제상황 조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음판매대금의 총 회수기일이 평균 135.3일에 이르는 등 판매대금 회수기간 장기화로 자금난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종업원수 50인 미만 소기업의 어음판매대금 총 회수기일은 평균 142.4일로 나타나 자금사정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협중앙회 관계자는 “내수침체로 인한 판매부진과 유가 및 원자재가 급등에 따른 자금압박, 금융기관의 위험회피적 자금운용 등으로 중소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에 처해 있다”며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