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를 전수조사하기로 했으나 시기와 방법, 예산 지원을 놓고 전국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일선 교사와 교육청 관계자들은 이번 전수조사가 현장의 사정을 배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7일 교과부와 시도교육청들에 따르면 교과부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558만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우편 설문조사를 하기로 하고 각 학교가 전교생 집으로 이달 31일까지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만든 설문지를 발송, 내달 10일까지 회신토록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우표 값 등 설문지 발송에 필요한 예산을 지급하지 않아 교육청과 일선 학교가 고민하고 있다. 예컨대 서울은 설문 대상이 약 96만여명인데 우표 값 270원을 곱하면 총 2억5천만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시도마다 발송 비용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드는데 교육청이 임의로 쓸 수 있는 예산이 없어서 일선 학교에 공문만 그대로 내려 보냈다"며 "비용은 학교가 어떻게든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다음 달 학교가 개학하므로 이때 직접 설문지를 나눠주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는데 굳이 방학 중에 집으로 발송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졸업식만을 남겨둔 고3 학생까지 설문 대상에 포함한 데다가 일선 교사들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에서 전교생 주소를 일일이 확인해 봉투를 만드느라 방학 중에 작업을 해야 하는 점을 두고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집으로 설문을 발송하는 것과 학교에서 나눠주고 집에서 작성한 뒤 발송토록 하는 것에 사실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회수율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전수 조사인 만큼 결과 처리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과부는 26일 오후 시도·교육청의 생활지도 담당자를 소집해 시도교육청에 설문을 오는 31일까지 발송 완료하고 내달 10일까지 회신 되도록 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방학 중에 학교에 출근해서 수작업으로 우편 발송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교사들의 불만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개학 후에 학교에서 작성하면 학생들이 피해를 소신껏 쓰기 힘든 문제점 때문에 방학 중에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예산은 추후 특별교부금 등으로 내려 보내면 된다. 학교에 그만한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