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학자가 아니더라도 '새 누리'는 '새(鳥) 세상'이란 뜻이다. 한강 밤섬이나 시화호 갈대습지공원, 천수만, 순천만, 을숙도, 철원평야, 제주 하도리 등의 새떼, 그 장엄한 창공 군무(群舞)와 역동적인 새까만 새떼 물결부터 연상케 하는 게 새 세상 '새 누리'다.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임이 그리워 운다' '부소산 얼굴은 아름답고/ 우는 새 소리도 즐겁도다'의 그 마을 텃새(留鳥)건 '진정코 내가 싫어 그러신다면/ 차라리 잊으라고 말해 주세요/ 아아아 당신은 무정한 철새'―김부자 노래의 그 냉혹한 철새(候鳥)는 물론, 엉덩이 붙인 자리가 따뜻할 겨를도 없이 보다 큰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석불가난(席不暇暖)의 '정치꾼 철새'까지….

'누리'도 부정적인 뜻이 많다. ①이리저리 튀는 메뚜기과 곤충 ②정수리 깨지기 쉬운 계란만한 우박 ③평안도 사투리의 (금가기 쉬운) 유리 ④산산조각 나기 쉬운 고구려 '유리왕(琉璃明王)'의 별칭인 누리 등. 일본, 중국인의 '누리' 느낌은 어떨까. 일본말 '누리(ぬり)'는 먹칠, 오물 칠 등의 '칠' '칠하기'고 중국어 '누리'는 요즘 같은 문명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奴隸(노예)'다. 그마저 일본 언론은 한국어 '새' 표기가 불가능해 '세'로 표기, '새 누리'가 아닌 '세 누리(セヌリ)'가 돼버렸다. 지구별 세상 말고 우주 어딘가 있을지도 모를 두 외계까지 합쳐 '세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새누리'도 '새 누리'로 띄어 써야 마땅하다.

'한 나라'도 다스리지 못했던 정당이 감히 '새 세상'의 '새누리당'이라 개명한 것만도 분수를 모르는 선택이거늘 더구나 '세 세상'이나 다스리겠다고 (북한식 표현대로) '떨쳐나선' 것인가. 물론 외국어까지 신경 쓸 거야 못되겠지만 대뜸 걸리는 게 '새떼 세상'과 '세 세상'이고 '새로운 노예'다. 그래선지 중국 언론은 일절 언급이 없다. '새누리'를 한자로 표현할 길이 없기 때문인가. '헌 누리'에 오죽 실망했으면 새 누리 창조에 나섰겠는가마는 '새 누리'는 너무 막연하고 고교생 수준 작명 같아 안타깝다. 차라리 '새 지구당' '우주당'은 어땠을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