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의 입구에 그리 크지 않지만 정감이 가는 시장이 몇 십년 전부터 자리잡게 되었다. 마을 이름이 조원동이니 당연히 마을 시장 역시 조원시장이라고 했다. 조원시장이 전통시장으로 지정을 받은 것은 몇 년 전이다. 시장으로 인가를 받아 장사를 한지는 꽤 되었지만 정식으로 전통시장 인가를 받은 이후부터 시장 상인들의 노력은 남달랐고 그래서 전국적으로도 안정된 시장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데 이 시장은 일반적인 시장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이 마을에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강의하러 갔다가 조원시장 사람들을 만나고 반해버렸다. 시장 사람들이 장사를 해서 얻은 이익을 지역 주민들을 위해 환원하는 나눔과 베품이 일상적인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가진 사람들은 거꾸로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그런데 조원시장 상인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조원시장 상인회 회원분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상인은 이익을 얻기 위해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얻기 위해 장사를 한다는 의주상인 임상옥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고생을 하며 얻은 이익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의 주민들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시장 상인회에서 지역의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해 흔쾌히 기금을 내어 놓는다. 상인회를 이끌고 있는 상인회장은 연간 600여만원의 쌀을 주민자치센터에 기부하고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이들은 상인회에서 김장을 하여 저소득 지역 주민을 위해 나누어주고, 마을의 행사가 있을 때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참여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일보다 더 깜짝 놀랄 일은 바로 마을의 어린이들을 위한 상시 공부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는 것이다. 수원시가 민선5기에 들어와서 가장 열심히 하는 것이 바로 마을만들기 사업이다.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마을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인데 조원동 마을만들기에 상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나눔과 베품의 정신을 실천하게 된 것이다. '대추나무골 마을만들기'라는 이름을 가지고 조원시장 상인들은 함께 모여서 토론하고 서로 일을 나누어 봉사하고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역사교육, 글쓰기 교육 등은 모두 상인회에서 기획하여 자발적 재능 기부와 좋은 강사들을 모셔서 운영하고 있다. 상인회의 사무실내에 독서실과 강의실을 만들어 이번 겨울방학에도 2달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운영되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50여명의 아이들의 웃는 소리와 흥겨워서 박수치는 소리는 시장의 활력을 주고 마을 사람들에게 행복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이 속에서 마을이 새롭게 태어나고 행복은 충만해지는 것이리라. 이러한 나눔의 실천이 우리 사회 곳곳에 퍼진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이제 조원시장은 단순히 마을의 시장에서 벗어나서 화성과 수원야구장과 연계된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거듭 태어나려고 준비중이다. 프로야구 10구단의 수원 유치가 확정되면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장으로 끌어들여 시장과 지역 주민의 경제활성화와 방문자들 모두에게 기쁨을 주려고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의 노력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들을 위해 여러 기관들이 함께 노력하였으면 한다. 그래서 나눔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하고 이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