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맛을 들일 만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인도 여행을 꿈꾼다. 나 역시 일상의 때를 벗고 싶거나 사람에 지쳤을 때 떠남의 공간으로 항상 인도를 꿈꾸어 왔다. 여러 차례 계획을 세웠지만 그 때마다 이런저런 일로 못 나섰다. 그러나 2012년 1월 역시 총선, 대선이 있는 한국 역사의 변곡점이 될 중요한 시기라 주변 눈치도 보이고, 맡은 일도 있어 선뜻 나서기 어려웠지만 모든 것 내려놓고 영혼의 땅 인도로 훌쩍 떠났다.
내 인도여행은 힌두인의 성소 인더스 강변에 자리한 바라나시에서 시작했다. 첫 인상은 '놀람' 그 자체였다. 떠나기 전 충실히 자료를 읽기도 하고 여행기를 읽기도 하고, 영화도 몇 편 보고 여행길에 올랐지만 첫 느낌은 그 모두를 뛰어넘는 그 무엇이었다. 우선 너무 많은 사람에서, 그 다음은 귀청을 때리는 소음에서, 그 다음은 너무 당당히 하던 일 계속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시바신을 차에 태우고 미친 듯 춤을 추며 너무 즐겁고 신나게 종교 활동을 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고 다녀왔던 그 어느 지역과도 다른 인도와의 첫 대면 느낌이다. 오직 사람의 두 다리 힘만으로 움직이는 릭샤를 타고 어둠이 내리는 갠지스 강변으로 오는 길은 시간을 뒤로 돌리는 과거로의 여행길이었다. 주변 상점 모습이나 사람들의 복색, 길을 오가는 소와 개의 모습, 그 주변에 죽 늘어선 구걸하는 사람들, 몇 살을 먹었는지 알 수 없는 나무들, 큰 나무 밑에 의레 차려진 신당, 이 모두는 우리가 상상하는 21세기 모습이 아니고 박제된 어느 역사적 시점의 모습처럼 보인다. 우기 때나 건기 때나 3천년을 하루같이 이어왔다는 갠지스 강변의 다사스와메드 메인 가트에서 벌어지는 뿌자 의식은 정지된 세상 인도 모습의 결정이다. 어쩜 내 자식의 자식이 100년 뒤 이곳을 찾는다 해도 그 의식은 정지된 채로 그대로 이어질 거다. 이와 같은 모습은 비단 바라나시에서만이 아니다. 도시화로 주거 환경이나 생활 양식은 도시화된 생활을 하면서도 생활 연료로 익숙한 소똥이 도시 안에서 거래되고 한편에서는 소똥이 말려지는 풍경이나, 이른 아침 강가나 도로변에 죽 앉아 잡담하는 듯 보이던 그 사람들이 사실은 아침 통변을 하는 중이라고 하는데 이런 모습은 감히 인도 아니면 보기 어려운 풍경일 거다. 여전히 정통을 고수하는 여성의 복색이나 도시 곳곳에 붙어있는 여성폭력 근절 광고는 지참금 문제와 함께 견고한 가부장 문화의 정지된 인도의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뭄바이를 비롯해 몇몇 도시의 현대화는 또 다른 인도의 모습이다. 뭄바이 해변을 따라 늘비하게 늘어선 고층빌딩과 구경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초호화 호텔, 총을 든 경비원이 지키는 현대식 마켓, 세련된 차림의 가족들의 나들이 모습 등은 변화하는 인도의 모습이다. 차에서 지낸 시간이 차를 벗어나 지낸 시간보다 더 많았던 인도여행을 마감하며 이 극단의 차이를 극복하는 인도의 힘은 무엇인지, 종교의 힘만으로 해석이 가능한지, 아님 차이를 넘어 다양성을 인정하는 인도 문화가 그 역할을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한국사회 갈등 해결의 시사점도 함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