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개월이 갓 지난 아이의 예방접종 차 며칠전 병원을 찾았다. 이번에 아이에게 맞혀야 할 접종은 무려 5가지. 한번에 다 맞힐 수도 없어서 1주일 간격으로 나눠 맞혔다. 이 중 디프테리아 등의 필수접종 2개는 정부 지원을 통해 다행히 무료로 맞혔지만 뇌수막염 등의 선택접종은 3가지 모두 합쳐 24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지난 2달간은 결핵, B형간염 등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분류된 것들만 맞히면 됐지만 이제부턴 필수항목 외에 전액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선택항목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선택접종은 종류만 해도 7가지며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보통 2~3번씩 맞혀야 한다. 이래저래 다 맞힐 경우 금액은 어느새 100만원을 훌쩍 넘기게 되며 이는 분명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겐 적잖은 부담이 된다. 선택항목은 말 그대로 선택이기에 맞혀도 그만 안맞혀도 그만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자식의 질병 예방을 위한 접종에 선택의 고민을 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그렇게 보면 예방접종에 필수와 선택을 구분해 놓은 것 자체도 조금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필수항목 외에 선택으로 분류된 예방접종항목도 국가에서 일정 부분이라도 지원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선택이라는 이름 아래 경제적인 문제로 접종을 주저하고 심지어 포기하는 부모가 있다면 그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선택의 기준이 돈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사회는 자본이 모든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이 돼버린 느낌이다. 심지어 2달된 갓난아이의 건강에 관련된 부분까지도 말이다.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백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