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60대 남성 환자가 동네 병원에서 흔히 하는 대장 내시경 검진을 받은 뒤 배를 가르는 수술을 수차례에 걸쳐 받게 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8월께 계양구의 ○○항외과를 찾은 A(60)씨는 대장 내시경 검진을 받던 중 '천공'(대장 등의 기관에 구멍이 뚫린 것)이 발생해 긴급히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당시 A씨는 이 병원에서 바로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듯 했으나, 복막염 증세가 나타나는 등 병세가 악화돼 급히 대학병원인 인천 B병원으로 옮겨져 다시 수술을 받았다.

A씨를 직접 수술한 B병원 의사는 "대장 내시경을 받다 천공이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만약 천공이 생겼더라도 보통은 수술로 금방 호전이 된다"며 "환자가 내원했을 때는 복막염이 심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이후에도 소장 천공이 발생하는 등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배를 가르는 수술을 몇 차례나 더 받아야만 했다. 이에 대해 ○○항외과 측은 내시경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인정, 의료비와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약 1천500만원을 환자 측에 지급했다고 밝혔다. ○○항외과는 그러나 A씨가 B병원에서 몇 차례 더 수술을 받은 사항에 있어선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A씨와 보호자들은 B병원에 내야 할 의료비와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며 ○○항외과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항외과 관계자는 "환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B병원에서 개복술을 받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는 우리 병원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따지는 과정에서는 A씨가 거쳐 간 ○○항외과와 B병원 사이에 의료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태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