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로 무대와 배우가 바뀌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예정이다. 이런 시대적 분기점에서 여야는 사활을 걸고 집권전략을 펴고 있다. 연일 경쟁적으로 선심성 정책이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발표되는가 하면 예산의 뒷받침은 아랑곳하지 않는 각종 장밋빛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를테면 '강이 없는데 다리를 논다'는 식의 공약(空約)은 물론이고 어설픈 정책들이 남발되고 정치권은 이전투구(泥田鬪狗)가 한창이다.
언론도 천방지축으로 정당들이 쏟아내는 정제되지 않은 공약이나 정책을 여과없이 보도하고 있다. 양시양비론으로 선심성 공약이라고 싸잡아 비판하며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는 식의 보도자세다. 정책을 검토하고 비판하는 능동적 선거보도가 아닌 워게임 중계하듯 경마식(競馬式) 보도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경제 위기가 장기화될 전망이고, 국내적으로는 기업실적 부진과 가계부채 증가 등 국가재정도 악화되는 등 국제환경과 나라 살림은 녹록지 않은데 선거를 둘러싼 국론 분열 등 정쟁의 과열현상은 나침반을 잃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불안감을 자아낸다.
한·미 FTA를 둘러싸고 공수(攻守)가 바뀐 여야 대결은 국익앞에 일치단결해도 힘이 부족한 판국에 적전분열현상을 드러내고, 표만을 의식한 부산저축은행 관련법 처리는 법치주의 근간을 훼절시키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은 자신이 어떤 일을 수행하는지 분명하고 치열한 성찰 없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해야 할 각종 지역개발 공약을 남발하고, 지역사업에 예산을 끌어온 것을 전리품인양 내세우고 있다.
'한 인물이 한 나라를 흥하게도 하고 망하게도 한다'는 말처럼 북한은 카리스마를 가진 독재자 김정일 사망으로 권력공백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3대 세습자인 20대 지도자가 통치하는 '불확실한 리더십'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신흥 핵보유국으로 분류되는 '불량국가'의 낙인이 찍힌 북한은 핵 위기 뿐만아니라 식량위기, 경제위기, 권력승계에 따른 체제위기 등 각종 국가적 리스크가 중첩된 시한폭탄같은 중압감을 주고 있다. 비록 파탄국가라는 비아냥속에서도 '핵을 포기하는 것은 체제를 포기하는 것'과 같아서 어떤 상황에서도 핵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는 북한과의 대결은 한반도 정세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해전 등으로 단절된 남북접촉은 개성공단이라는 희미한 연결통로로 그나마 유지되고 있다. 정경분리라고는 하지만 과거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실상을 보는 듯하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기성관념으로 이해할 수 없는 뒤죽박죽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은 도무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기 어려운 고단한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금년 임진년은 역사적으로 볼 때 국난이 자주 일어나 시산혈해(屍山血海)를 이루었던 불길한 트라우마를 상기시키는 해다. 1232년 임진년에는 6차례나 우리를 침략했던 몽고의 2차 침입으로 고려 고종이 개경에서 강화도로 몽진(蒙塵)하는 치욕을 겪었다. 1592년 임진왜란은 1910년 조선병탄을 위한 전주곡으로 백성들이 도륙당했다. 1952년 임진년에는 김일성의 남침으로 수백만명의 인명이 살상되었고, 이산가족 문제 등 한반도는 그 후유증을 앓고 있으며 아직도 휴전상태다.
앞으로는 국가 단위의 경쟁을 생각하게 되고 생존전략이 국가 차원에서 모색되는 국제정치의 흐름속에서 '전략이 없는 국가는 좌절한다'고 하지 않는가.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금년에 우리 모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생존차원의 문제'로 현실을 인식하고, 훨씬 열악한 조건에서 들어설 새 국회와 정부 지도자가 어떤 국가전략과 역량을 가진 인물인지 부릅뜬 눈으로 예의 주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