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송도는 지정학적으로도 중국과 서울이 가까이에 있고 잘 발달된 항구와 철도 등의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배후에는 남동공단 및 시화공단을 비롯하여 수만 개의 수도권 소재 공단을 포용할 수 있는 최적의 경제도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송도경제자유구역은 애초부터 출발이 사뭇 다른 것 같다. 개발을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난 지금 넓은 송도자유구역에는 이렇다할 외국 기업은 고사하고 국내 중소기업 몇몇만이 겨우 경제구역이라는 명색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넓은 대지 대부분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가 그리고 공원 등 위락시설로 메워져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산업의 장점을 들먹이며 삼성바이오 유치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데 실제 바이오산업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막대한 공간이 필요한 반면 고용효과가 매우 적어 땅값 비싼 지역에 구태여 엄청난 혜택까지 줘가며 모셔올 필요가 있을지 매우 의아스럽다.
이러한 발상은 소위 서울 위성도시인 일산이나 분당같은 신도시에서와 같이 도시 건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개발 관련자들을 만나보면 송도신도시와 경제특구를 혼동하고 있는데 아마 어려운 송도경제자유구역의 실현보다는 대규모 신도시 건설이 보다 손쉬운 일일 것이다. 특히 조만간 대규모 백화점과 아웃렛이 만들어지면 그야말로 송도는 신도시의 전형적 형태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주거 환경은 나아질지 몰라도 기업 유치에는 엄청난 취약점이 된다는 점에 있다.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오고 싶어도 이미 땅값이 너무 올라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법적 규제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 더욱 투자 유치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더욱이 주위 경쟁국인 중국의 정치적 불안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현 시점에서 송도는 경제자유구역으로서 메리트를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먼저 정부와 인천시가 해야 할 일은 외국 기업에 줄 수 있는 파격적인 혜택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혜택에 대해 수없이 논의가 되고 건의도 되었지만 정부는 아직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더이상 늦기 전에 외국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는 세제 혜택이나 투자 법적 체계 등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인천시가 송도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비롯하여 병원이나 학교 등 생활 편의시설을 굳이 서둘러서 채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편의시설들이 들어오면 당연히 공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높은 지가가 형성된다. 이렇게 되면 생산적인 경제활동보다는 다른 신도시들처럼 단순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기업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미 세상은 제조업보다는 소프트한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을 처음 설계할 때는 첨단 제조산업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디자인 혹은 K-pop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그 중심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해야 한다. 산업의 흐름을 무시하게 되면 의도와는 달리 송도는 집단 폐허로 변하기 십상이다.
송도개발 관련자들은 하루빨리 신도시적 개발 방식에서 탈피하여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을 송도에 끌어모을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