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영 / 인하대 겸임교수·극단 십년후 대표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던지는 의혹 제기가 국민에게는 스트레스가 되고, 나아가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에 관한 겁니다. 또한 SNS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의혹들이 마치 진실인 양 떠돌며 우리들의 삶을 혼란에 빠뜨리고 분열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요?

'프레임'이란 심리학 용어는 '세상을 보는 창'을 뜻합니다. 즉, 자신의 가치관을 말합니다. 어떤 가치관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살 만한 곳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곳이 되기도 합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고 주장합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았는데도 그것을 마치 '진실'인 양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2001년 2월 하와이 근해에 큰 사고가 났습니다. 미국 핵잠수함이 훈련 중 심해에서 수면으로 올라왔는데, 바로 그 위에서 조업 중이던 일본 어선을 들이받은 것입니다. 어선은 두 동강이 났습니다. 잠수함이 급부상하기 직전에 사령관은 규정대로 잠망경으로 물 위를 살펴보았다고 하는데, 당연히 어선을 보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령관이 한 말은 놀라웠습니다.

"그 곳에 어선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선이 없을 거라고 미리 예단하고 주위를 살필 때 실제 있던 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정보만을 진실이라고 믿을 때 이처럼 엄청난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빵집에서 문 닫을 시간이 되면 식빵을 사가던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얼굴이 창백한 그는 늘 가장 값싼 식빵만 사갑니다. 그를 측은히 여긴 주인은 어느 날 그가 사갈 값싼 식빵에 버터를 듬뿍 발라놓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젊은이는 빵집으로 달려가 주인에게 화를 내다가 주저앉아 절규합니다. 그는 건축설계전에 응모하기 위해 설계도의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지우개 대신 식빵을 사용했는데, 버터 때문에 설계도를 망치고 만 것입니다. 주인의 순박한 사랑이 오히려 젊은이의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이런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통합적 사고입니다. 모든 딜레마는 적어도 서로 다른 두 가지 길이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통합적 사고란 두 가지 상반된 길 중에서 어느 것 하나만을 취하지 않고,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겁니다. 진보진영의 이론가로 널리 알려진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보수주의자들을 '엄격한 아버지' 모델로, 진보주의자들을 '자상한 부모' 모델로 분류했습니다. 엄격한 아버지 모델은 사회를 질서 있는 강한 사회로 만들고자 하고, 자상한 부모 모델은 소외되어 아파하는 구성원들을 보살피려고 애를 씁니다. 그 결과로 각 진영은 정책의 우선순위가 '성장과 발전' 그리고 '형평과 복지'라는 상반된 두 길로 나눠집니다.

행복을 위해서는 두 가지 모델 모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한쪽 진영은 끊임없이 다른 진영을 격파하는 것으로 대응하곤 합니다. 최악의 결과는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죽이고자 할 때 발생합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지도층 인사들의 그런 행태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마침내는 기적을 이룰 수 있는 신바람의 싹을 없애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오늘날의 여야가 그렇고, 국민 역시 둘로 쪼개져 상대 진영을 없애야 자신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착각하며 삽니다.

이제 알아야 합니다. '너'를 죽이면 '나'도 죽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상대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믿고 있는 것 역시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본 것일 수도 있다는 겸허함이 존재할 때, 상대의 존재가 나의 존재이유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신명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통합적 사고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