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인수 / 논설위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국회 의석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렸다. 당초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경기도 파주, 용인기흥, 용인수지, 수원권선, 여주·이천 선거구를 비롯해 8개 선거구를 분구하고, 5개 선거구에 대해선 통합하도록 국회의장에게 건의했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3:1 권고를 맞추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친 결과였다. 그러나 획정위의 권고안은 정개특위로 넘어가면서 누더기로 변했다. 지역구를 사수하려는 의원들과, 표밭의 분할 등기를 유지하려는 여야 지도부의 이해타산이 맞물리니 합의가 가능할 리 없었다. 중앙선관위가 '이러다가는 선거도 못치르겠다'며 이번 총선에 한해 300석으로 의석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 정개특위는 선관위가 건넨 당의정을 꿀떡 삼켰다.

이런 사람들이 정치개혁을 '특별히' 하겠다는 위원회에 앉아 있다. 안다. 정개특위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당 지도부의 '오더'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누구 하나 당 지도부보다 국민 여론에 순응할 처지가 아니다. 그들도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한 석이라도 유리한 선거구를 만들거나, 유지하라는 지도부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여론은 수없이 국회의석수를 줄이라고 요구해왔다. 비효율적인 정치풍토를 개선하려면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다양하게 분화 중인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학계와 민심의 요구였다. 그런데 거꾸로 간다. 여주는 양평·가평에 묶이고 수원권선, 용인수지, 용인기흥의 일부 동네는 행정구역을 넘어가 딴 동네 사람을 선출해야 하니, 그들의 민의가 제대로 대변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이렇게 특별하게 자신들만 챙겼다.

여야 여성 대표들이 외친 '쇄신 공천'도 뚜껑이 열리자 허접한 실체를 드러냈다. 민주통합당의 1차 공천자 명단은 친노세력과 열린우리당 시절 486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불법자금 수수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 삼화저축은행에서 돈 받아 쓴 공동정범으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이 공천을 받았다. 강원도 어느 지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역임한 사람을 경선대상자로 통과시켰다. 정체성과 도덕성으로 공천 쇄신을 약속했던 한명숙 대표는 요즘 말이 없다. 정체성의 기준은 '우리 편'이고 도덕성의 기준은 '당선가능성'으로 해석해도 될지 묻고 싶다. 쇄신은 무슨…. 그냥 내 쪽 사람과 당선가능성만 따져서 우리끼리 정치하겠다고 고백하는 것이 어떤가.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을 강조하면서도 당선가능성을 따져 이재오 의원의 공천을 묵인했다. 수해골프로 물의를 일으킨 홍문종 전 의원을 복당시켜 공천심사에 올렸다. 여론의 지지가 갑자기 하락해, 쇄신에 대한 집착은 한 대표 보다 절박한 듯하지만, 당선 가능성을 앞세워 흠집을 묻으려는 타협의 기미가 완연하다. 쇄신은 무슨….

선거철이다. 한국인은 특정 단어의 회귀만으로도 선거가 임박했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정치인들 입에서 '개혁'입네 '쇄신'이네 하는 거룩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면, 그 때가 바로 선거철이다. 정치는 어차피 민심위에서 부유한다. 민심은 또 시대정신을 만들고 변화를 갈구한다. 인류의 역사는 그렇게 전진해왔고 시대정신에 부응하지 못하는 권력은 도태했다. 이렇듯 민의가 항상 정치보다 앞서니, 그걸 따라잡기 위해 정치인은 늘 개혁과 쇄신을 외친다. 하지만 기득권을 깔고 앉은 한국 정치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이 있으니 그 또한 '개혁'과 '쇄신'이다. 불행한 일이다.

희망은 사라지지 않아 희망이다. 희망은 살아있다. '개방'과 '참여'라는 시대정신이 구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꼼수'는 돈이 들지 않는다. 모든 이에게 개방되는 대안 미디어의 출현과 동조자의 적극적인 참여로 '가카 헌정방송'은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무서운 견제자가 됐다. 앞으로 '나꼼수'의 한계를 극복한 수많은 '나꼼수'들이 보수와 진보의 영역을 넘나들며 거짓 정치인들을 제거해 나갈 것이다. 진정한 개혁과 쇄신의 파도가 개방과 참여라는 시대정신을 타고 도도하게 흐를 날이 머지않았다. 정치인들은 지금 구시대의 벼랑 끝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