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윤 /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월 초 포스텍(포항공대)에 세계적인 수학자들이 총집합했다. 9일 동안 꼬박 하나의 수학문제를 풀기 위해 매달렸다. 세계 수학계가 선정한 '일곱 가지 미해결 수학 문제' 중 하나이다. 100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다. 이 문제를 풀 때마다 10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고 한다.

우리사회도 세 가지 미해결 문제가 있다. 지난 50년 동안 압축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3불 문제 -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 문제이다.

거래의 불공정 문제는 19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원가절감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납품단가를 낮추라고 압박했다. 게다가 중국이 등장했다. 중국만큼 싸게 만들어야 한다고 중소기업에 요구했다. 그러나 거래의 불공정 문제는 수그러들었다. 대기업의 수출이 증가한 덕분에 중소기업의 납품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비록 과거보다 수익은 적었지만, 납품이 늘었다. 결국 '박리다매' 형태의 납품구조가 생겨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3불 문제가 동시에 터진 결정적 계기가 됐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납품 가격도 당연히 올라야 한다. 그러나 이를 인정해 주는 대기업은 거의 없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제품을 만들수록 적자가 커졌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은 당장 문을 닫을 수도 없었다.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불공정 문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또한, 금융위기는 3불 문제의 두 번째 문제인 제도의 불합리를 촉발했다. 경기 침체로 무엇보다 소비가 둔화됐다. 소비가 둔화되면 가장 먼저 생계형 업종이 타격을 받는다. 게다가 원료값이 크게 올랐다. 그래서 가격을 올리니 손님이 줄었다. 이제 카드 수수료도 큰 부담이 됐다. 카드 수수료를 좀 내렸으면 좋겠지만, 대기업 카드사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현대자동차가 카드 수수료를 내리라고 요구하면 수수료를 내렸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아 있을 뿐이다. 주로 대기업인 대형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는 2% 미만이다. 이에 반해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는 아직도 3%를 넘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 수수료도 예외는 아니다. 납품 중소업체의 평균 수수료율은 매출의 31.8%이다. 수입 명품브랜드의 수수료는 15%에 불과하다. 이래저래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많아졌다. 인테리어, 판촉 등 추가 비용이 계속 발생했다. 결국 추가비용까지 합하면, 매출의 절반 이상이 고스란히 나간다. 대기업은 가만히 앉아서 이익을 챙기는 셈이다. 대기업의 이익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됐다. 납품 중소업체는 수수료 부담이 커진 만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올라간 가격은 당연히 소비자가 부담한다.

이런 대기업의 욕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대기업의 2세, 3세가 기업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이들은 닥치는 대로 사업을 확장했다.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작은 돈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 사업을 해야 했다. 그래서 동네 골목상권은 초토화됐다. 2009년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480개가 문을 열었다. 덕분에 7천개의 중소 유통업체가 문을 닫았다. 이제 대기업은 순대, 떡볶이는 물론 동네에서 빵도 굽는다.

대기업의 무리한 사업영역 확장은 3불의 세 번째 문제인 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시장의 불균형은 단순히 대기업의 사업영역 확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제의 기초는 생산과 소비이다. 소위 '잘 나가는' 중소기업도 있지만, 300만 중소기업의 90%인 270만개는 소상공인들이다. 기껏해야 종사자가 서너 명에 불과한 자그마한 사업체들이다. 이들이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수익을 내기보다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들의 생계가 어려워지면, 소비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시장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일곱 가지 미해결 수학 문제'는 100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다. 한국사회의 3불 문제를 푸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인지 궁금하다. 한국경제의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즘, 그리 많은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