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대희 / 가천대 석좌교수
요즘 우리는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선택의 기준이 선호하는 정당, 지연, 학연일 수도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 경륜, 공약일 수도 있다.

어느 때보다도 정당간의 정책공약에 대한 경쟁이 뜨거울 것으로 언론, 시민단체, 전문가그룹의 각 당 공약에 대한 검증 역시 활발할 것이다. 복지공약이 재원대책이 수반되는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 아니면 유권자의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성 정책인지 검증되어야 하며, 대북정책에서부터 사회 양극화 문제까지 우리가 당면한 모든 과제에 대해서 각 정파가 제시할 비전에 대한 유권자의 냉엄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급변하는 세계 경제환경 속에서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중요과제로서 국가지배구조 즉 거버넌스(Governance) 문제가 주요 이슈로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경제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국가지배구조가 과연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변화와 개혁을 적시에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체제인가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제정된 헌법에 따라 5년 단임제의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구조를 가지고 있다. 당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유력 정치지도자들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헌법에 의해 5년 단임제의 대통령 중심 권력구조가 탄생되었다. 당시에 세 사람이 모두 대통령을 해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공교롭게 후에 세 사람 모두 대통령을 지냈다.

정부에서 국정운영에 참여해 본 많은 사람들이 현행 5년 단임제의 대통령체제하에서는 장기적 시각으로 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88~2006년 기간 중 국회에 제출된 정부입법 3천131건을 분석한 결과, 정부가 정책과제로 선정하고 입법화 과정을 통해 실제 정책으로 시행되는 데는 평균 35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해서 국정을 파악하는 데는 아무리 빨라도 6개월은 필요하고, 민주화 이후의 모든 대통령의 임기 후반 레임덕 기간까지 감안하면 임기 5년 중 대통령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가 않다.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들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준 여당에서 자의반 타의반 당을 떠났다. 대통령의 탈당은 행정부 입장에서는 곧 여당이 없어진 것으로 국정운영에서 여당의 협조를 받는 것이 여의치 않게 되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대통령 임기 5년, 국회의원 임기 4년의 임기가 다른 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수 없다. 견제심리가 작용되어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이 생겨난다.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민주적 정통성을 지닌 대통령을 역시 국민이 선출한 국회가 견제하게 하는 '이원적 민주주의 정통성'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정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민주화 이후 대통령(행정부)은 많은 경우 입법과정에서 무력한 것도 현실이다. 반면에 국회는 국정운영에 있어서 직접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노태우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화 이후 모든 대통령에 대해 실패한 대통령이라고까지 인색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국민들은 이제껏 실패할 대통령들만 선출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국가지배구조가 성공할 수 없는 대통령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동안 현행 5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권력구조의 문제점을 지적,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원포인트 개헌에 대해 당시 정치권은 다음 18대 국회에서 논의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도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개헌 문제를 제기했으나 정치권의 반응은 소극적이었다.

그 동안 우리가 이룩해 온 성과를 지켜내고 급변하는 세계의 경제환경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국가지배구조를 위한 개헌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다. 정치권은 이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번 총선에 공약으로 제시하여 국민들이 이에 대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