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곤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너희들 중에서도 저런 회사를 만드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순진한 패커드와 휴렛 마음속에선 이렇게 해서 창업의 불씨가 지펴졌다. 대학을 마치고 패커드는 동부에 있는 GE에 취직했고 휴렛은 그냥 대학원에 진학했다. 휴렛이 대학원 과정을 마치자 패커드는 인기 최고였던 직장 GE를 버리고 뚱딴지 같이 창업을 하겠다고 다시 스탠포드 대학이 있는 팔로 알토(Palo Alto)로 돌아온다.
패커드와 휴렛은 터먼교수를 찾아간다. 터먼교수는 창업을 하겠다고 찾아온 이들을 반색을 하고 맞았다. 드디어 자신이 뿌린 씨앗이 발아를 하는가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 두 청년은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없었고, 창업자금도 한푼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터먼 교수가 발진기를 만들어 보라고 했고 창업자금도 525달러를 지원했다.
이렇게 해서 1938년 실리콘밸리의 1호 기업 HP가 탄생된 것이다.
세월이 흘러, 1960년대가 된다. 호기심 많은 스티브 잡스는 10대를 팔로 알토에서 보낸다. 주말이 되면 동네에는 HP에 다니는 엔지니어들로 가득했다. 이상한 기구를 가지고 나와 자랑하기도 하고 테스트하기도 했다. 하나 하나의 물건들도 신기했지만, 잡스는 저 사람들이 다니는 HP라는 회사가 어떤 회사일까 궁금했다. "나도 크면 HP에 다녀야지" 하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하곤 했다. 그런데 그 청년은 나중에 꿈을 바꾼다. "나도 HP와 같이 훌륭한 회사를 만들겠다." 그렇게 해서 그는 애플(Apple)을 창업하고 또 아이폰을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한다.
청년들의 실업률이 높아 걱정이다. 전체적인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어 문제지만, 특히 15세부터 29세까지 희망을 가지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할 청년들이 전체 실업률의 두 배가 되는 7~8%에 이르고 있어 더욱 문제다. 이중에서도 대학졸업자의 실업률은 27%에 이르고 있다. 비싼 등록금까지 내고 대학을 마쳤는데 집에서 백수로 있게 되면 자신은 물론 부모들의 속이 어떻겠는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묘수가 나오고는 있지만, 좀처럼 해결되기가 어렵다. 기본적으로 대졸자만 하더라도 매년 50만 가까이 노동시장에 몰려나오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30만에 불과하다. 20만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자리라도 찾거나 그냥 노는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대학 진학률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럽 선진국의 대학 진학률은 30~40%에 불과한데 우리나라는 80%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만큼 대학진학률이 높은 나라는 미국 빼고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대학진학률을 낮출 수 있겠는가.
청년실업, 아니 대졸자 실업을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청년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이다. 즉 청년들이 창업을 하는 것이다. 대기업은 이제 고용없는 성장으로 체질이 굳었다. 대기업의 매출이 늘고, 수출이 증대된다고 하더라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패커드, 휴렛, 잡스 같은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에도 나와야 한다. 아니 현재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기업들은 모두 청년 창업자들이 만든 것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취업이 어렵다보니 대학마다 취업교육으로 열을 내고 있다. 그래 봤자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싸우는 요령만 터득시킬 뿐이다. 대학에서는 이제 젊은이들에게 창업정신을 고취해야 하고 창업전략을 가르쳐야 한다. 고등교육의 목적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닌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