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2시30분께 인천 부평시장로터리에서 굴다리오거리 방향으로 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자전거를 탄 시민들은 인도위에 마련된 자전거 도로를 외면하고 대신 위험을 무릅쓴 채 차도를 이용하고 있었다.
1.4m폭의 자전거 도로를 가로막고 서 있는 불법 주차 차량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곳 자전거도로를 막고 있는 것은 불법 주차된 차량만이 아니었다. 한국전력에서 설치한 변압기 구조물도 30㎝가량 자전거 도로를 침범해 있었다.
길 건너편 자전거도로에서도 이 같은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2m 가량의 '간판'이라고 커다란 글씨가 쓰인 풍선형 입간판이 자전거 통행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자전거 이용자 양기수(58)씨는 "인도 주변에 상인들이 쌓아놓은 짐 때문에 주로 차도를 이용한다"며 "그나마 이곳은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심지어는 자전거 도로 위에 버스정류장이 들어서있는 경우도 있었다.
부평구청 인근 버스정류장은 아예 이곳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70~80㎝는 넘게 침범해 있었다.
인근에서 8년째 인쇄소를 경영하는 임성일(58)씨는 "부평에 주차하기도 힘들고 기름값도 아낄 겸 해서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지만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며 "여건만 뒷받침 된다면 충분히 이용자들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천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 인태연 대표는 "부평구 대다수의 자전거도로가 보행자의 권리를 침해하며 인도에 들어선 게 문제다. 지금의 도로는 '관리'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라며 "보행자 보다는 자동차가 양보해 자전거전용 도로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부평구 관계자는 "이달 안으로 부평구 자전거도로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불법 적치물이나 지장물 등 문제점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와 협조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부평구 전체 자전거도로는 35개 노선(56.09㎞)이 있다. 54.07㎞(97.5%) 길이의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와 1.39㎞(2.5%)자전거전용도로로 구분된다.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