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고기를 먹고 싶어도 개가 그 뼈를 핥는 게 보기 싫어서 낙지를 산다는 말이다. 참 심술궂은 표현이지만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생각하면 이해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요즘 새누리당에서 돌아가는 공천 분위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장악한 뒤 이명박정권에서 잘 나가던 권력실세들은 공천에서 찬밥 신세다. 현 정권에 손을 탄 사람이라고 친박계에 공천을 구걸하고, 낙마한 사람은 당에서 쫓겨나야 할 판이니 이런 악담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던가.
이번 공천은 당권을 잡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키를 잡았다. 그는 공천의 테마를 '도덕성'과 '국민의 눈 높이'로 규정했다. 현역 하위 25%에 걸리면 가차없이 자르는 구조가 그럴듯해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쇄신 아이콘은 오히려 부메랑이 됐다. 컷 오프에 걸린 상당수 현역들이 '박근혜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했거나 친이계 인사들을 의도적으로 많이 넣었다는 의혹이 생겼다.
여기에 컷오프 25%의 모수 131(불출마 13명 제외)중 공천신청자가 1명인 단수후보지역 16곳을 제외, 93명만 조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시비는 더 확산됐다. 여의도 정가에선 조작이라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컷 오프에 걸린 낙천자들이 '무시험'으로 공천된 이들보다 더 좋은 스펙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희생양이 됐으니 '장난하냐'는 말이 안 나올 수 없게 됐다.
이런 와중에 경쟁력 있는 현역은 자르면서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쳐 당에서 제명당한 친박계 인사와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인사들을 버젓이 공천하는 '도덕불감증'까지 드러나면서 그야말로 공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실제 친박계에서는 여론조사 꼴찌 후보가 공천되는 사례가 속출했고, 친이계에선 털끝 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보복공천' 양상을 띠었다. 당내 지분이 있는 '잠룡'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이재오 의원측 인사들이 친박계와 달리 줄줄이 낙마한 것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좋은 정치는 가치를 재분배하는 것이다. 권력을 분산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새누리당은 '승자독식' 구조에 만연돼 있고, 총선보다는 연말 대선을 의식해 계파색이 더 짙어지는 양상이다.
당 지도부는 이번에 계파공천은 없다고 수없이 말하고 있지만 4년전 친이계 핵심 조직인 선진연대 회원들이 무더기로 공천될 때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매번 반복되는 공천학살, 주류의 이동으로 왔다갔다하는 권력(공천)은 이렇게 돌고 돌아야만 하는가. 상대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큰 그릇을 가진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민이 정치에 대해 혐오와 짜증을 내는 것은 이런 정파적 헤게모니 싸움 때문일 게다. 겉으론 국민화합과 통합을 이야기하면서 뒤에서 '자기사람'을 챙기는 이중적 행태를 국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공천은 공직후보를 국민들에게 추천하는 정당의 행위다. 며칠 후면 여야의 공천성적표가 나올 것이고, 공천을 잘하고, 잘못했는지는 이제 국민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