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주의 문화에 익숙한 현재 노인 세대는 당신들의 노후는 자식들이 책임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살아 왔다. 그러나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자식들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고 살고 싶어도 이미 그리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요즘 노인 가구 유형을 보면 소위 자식의 부양을 받는 3세대 동거 가족 유형은 드라마에서조차 낯설고, 대부분 노인들은 혼자 살거나 부부만이 세대를 이루어 살아간다. 그런데 문제의 출발은 수명은 연장되지만 건강 나이는 연장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후기 노년기에 갈수록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끊임없는 보살핌으로 생활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런 문제에 세심하게 대응할 만큼 우리 사회는 준비가 덜 돼 있다. 현재 노인복지정책 및 사회서비스의 한계가 가족 안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미치는 사회적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대책을 세우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도 하지만, 비공식 보호 제공자의 보호역할과 보호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사회복지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지만 노인 당사자의 욕구와 노인 돌봄자의 변화하는 욕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고 또한 서비스가 극히 일부에게만 제공되는 한계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정책 내용에서도 그렇지만 우리의 의식 속에서도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여전히 사적 영역이고 가족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사고가 사회복지서비스 정책을 미루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심한 경우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는 사이 노인들은 골병이 들어가고 있다. 질병 정도가 중해 등급을 받아 요양시설이나 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이면 장기요양보호제도를 이용하겠지만 그 틈새 노인들은 돌봄의 측면에서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자녀와 친척이 노인 돌봄의 제일 주체였지만 최근 사회 변화는 가족과 지역사회에 기존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즉, 노인 건강관리의 일차 주체자는 노인 자신과 부부에게로 전도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오늘 생각해 보고 싶은 문제는 老-老 케어의 문제이다. 노인 부부 가구에서 한 배우자에게 건강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다른 배우자가 노인을 돌보는 문제에서 老-老 케어 문제가 생긴다.
2008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전체 노인 가구 중 노인 부부 가구는 39.7%에 이르고 특히 이런 추세는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인 부부의 경우 건강한 동안은 서로 돌봄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지만 한 배우자에게 건강 문제가 발생되면 남은 배우자는 환자를 돌볼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때 남은 배우자에게도 다시 건강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한국사회의 대부분 정책은 예방에 집중되기보다는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건강보험의 경우도 거시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예방비용은 질병 발생 후 치료비용보다 적게 들지만 건강보험이 치료에 중점을 두고 설계되어 예방에는 대부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노인을 위한 각종 지원정책도 이미 문제가 발생한 노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노인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가정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한다. 최근 세계적인 사회복지 기조 역시 시설보다는 가정에서, 필요하다면 대형 시설보다는 가정 같은 안락한 소형 시설인 그룹 홈 중심으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익숙한 거주지를 포함하는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추세이다. 그런 측면으로 본다면 정부는 시설 중심의 획일적인 정책보다는 고령 노인 부부가 가정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가족에 대한 가치관 변화에 대응하여 노인으로만 이루어진 가구에 대해 가족을 통한 지원을 대체할 사회서비스 내용의 변화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